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 태양전지’ 양산시기를 두고 국가별로 선택이 엇갈렸다. 국내 기업이 사업화시기를 늦추는 반면 대만과 중국 기업은 투자확대에 나섰다.
대만 TSMC는 CIGS태양전지 생산량을 연산 40㎿에서 올해 3분기 12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TSMC는 100㎿ 규모 생산라인을 보유 중이며 가동률 40%를 유지해왔다. 올해 3분기까지 공정개선(디보틀네킹)을 통해 생산능력을 120㎿로 확대하고 가동률을 100%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TSMC는 15%대인 자사 제품 최고 효율을 17%대로 끌어올리고 생산능력을 GW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중국 하너지도 최근 600㎿규모 CIGS 태양전지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설비투자 규모만 8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3GW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TSMC와 하너지는 이르면 내년 초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 행보는 최근 CIGS 태양전지 양산시기를 늦추는 국내 기업과 상반된다. 삼성SDI는 올해 200㎿규모 양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투자를 유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CIGS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TSMC와 하너지는 CIGS분야에서 미래 경쟁상대인 한국기업이 사업화시기를 늦추는 상황에서 반대로 조기 투자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SMC는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확보해 CIGS 박막 태양전지 제조 공정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TSMC는 상용제품 효율이 17%에 도달하면 생산능력을 즉시 GW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미 외신을 통해 밝혔다.
반면 국내 기업은 사업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이다. 삼성SDI는 올해 안으로 200㎿, 2016년 1GW규모 CIGS 태양전지 제조라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연내 준공은 물론이고 착공도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은 CIGS 사업을 백지화했다. 7660만달러를 출자한 미국 CIGS 기업 헬리오볼트를 매각해 지분을 청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CIGS 태양전지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LG전자가 아모퍼스 박막 태양전지 제조라인 구축을 포기하고 R&D만 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 가운데 박막 태양전지 양산 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없다.
판단이 엇갈리는 이유는 수요처 확보 여부와 연관지을 수 있다. CIGS 태양전지는 고온 환경에서 효율 감소 정도가 폴리실리콘계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33%가량 낮아 고온지역에 적합하다. 전력 송전설비가 들어서지 않는 중국 남부지역과 중동지역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손꼽힌다. TSMC와 하너지는 최근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중국 남부, 사막 지역 수요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아직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 선점이 큰 의미가 없다는 관측도 따른다. 삼성 SDI가 CIGS 효율개발 R&D에 주력하며 사업화시기를 저울질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은 대면적 CIGS 태양전지 기준 세계 최고인 16%대 효율을 달성했다. CIGS분야에서 기술력으로는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초기 시장을 선점해도 양산에 나서면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형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제품 가격 하락으로 여전히 결정질 태양전지 중심으로 시장이 이어지지만 중국과 중동 지역에서 CIGS 태양전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간 시장 진입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큰 면적에서 높은 효율을 내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CIGS태양전지=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유리나 알루미늄 판에 구리·인듐·갈륨·셀레늄을 증착해 만든다. 얇은 필름형태로 건물 외벽과 창문 등에 적용 가능해 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린다. 고온환경에서 기존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효율감소가 적어 중동, 사막 등 선벨트 지역에 적용할 수 있다. 주류인 실리콘 기반의 태양전지보다 생산단가가 30% 이상 저렴하지만 광전환 효율은 기존 결정질 태양전지(18~20%)보다 낮다. 하지만 최근 삼성SDI, 솔라프론티어 등 기업이 16%대 효율을 달성하면서 상업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