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17세기경에 등장한 백과사전은 방대한 지식의 저장고라 불리는데, 그 기원은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근대 이후 백과사전은 많은 변화를 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백과사전이 보여주는 특징 중의 하나는 그 내용이 멀티미디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백과사전도 그림이 있기는 했지만 주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었던 데 비해 현대적인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은 텍스트와 그림 이외에 동영상, 사운드는 물론이고 인터넷의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도 포함되어 있다. 검색과 링크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르타’나 그롤리어의 ‘전자백과사전’과 같은 CD-ROM 백과사전은 이의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백과사전은 철학, 자연과학, 문학, 기술, 예술 등 모든 지식을 망라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직접 체험하지 못한 진기한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백과사전이 이렇게 계몽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출발이 계몽주의 시대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종이책 형태로 되어 있던 백과사전과 달리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은 눈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귀로 음악이나 음향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각적’이라 할 수 있다.
종이책을 모방하며 출발한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은 인터넷과 만나면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제공하고자 하는 지식을 CD-ROM에 바로 담지 않고 항목만을 나열하고 항목의 내용은 또 다른 컴퓨터 서버에 저장한 후 항목의 링크를 통해 이를 접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출판형 백과사전과 달리 바로바로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인터넷 서비스인 월드와이드웹은 그 자체가 백과사전이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무수히 많은 웹 페이지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접하고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을 활용해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다. 검색으로 찾지 못하는 정보는 세상에 없는 것이라고 간주한다!
문화이론가인 로버트 겔의 말대로, 우리가 흔히 뮤직 비디오를 보는데 활용하는 구글의 유튜브도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이제 우리는 유튜브를 통해 전문지식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일상사, 진기한 사건, 해프닝에 이르는 세상만사를 동영상으로 접한다. 이렇게 우리는 세상사를 가상적으로 경험하기에 이른 것이다.
월드와이드웹, 특히 유튜브는 신대륙 발견 시대에 등장해 17세기에 크게 인기를 끈 ‘분터캄머(Wunderkammer, 경이의 방)’와도 같다. 유럽의 왕이나 귀족은 신대륙에서 새롭게 발견한 진기한 사물을 방 안에 모아놓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박물관의 전신인 분터캄머는 신기한 나무나 돌 조각, 고대 비늘 조각, 이국적인 주물, 동물 잔해, 소형 초상, 심지어 먼 나라의 사람 시체 등을 수집, 전시했다. 흔히 분터캄머를 자연사 박물관의 출발이라고 하지만, 뉴미디어 이론가이자 역사가인 볼터와 그루신은 이질적인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의 먼 조상이라고 간주한다.
유튜브와 같은 웹 서비스가 상업주의로 물들고 있다는 비판도 정당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대륙 발견 시대 분터캄머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질성, 다원성, 새로움에 바로크 시대의 욕망은 이렇듯 인터넷 시대에도 이어지며 공명하고 있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