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스파이더맨의 매력은 거미줄?

“내가 스파이더맨이라서 좋은 점? 전부다야”

개봉을 앞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주인공 피터파커는 이제 완전히 스파이더맨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그는 방사선에 감염된 거미에 물린 후 초능력을 얻어서 스파이더맨이 됐다. 스파이더맨의 능력으로는 건물 표면에 자유자재로 매달릴 수 있으며 초인적인 속도와 반사 신경을 갖게 됐다. 그러나 슈퍼맨, 아이언맨 등 다른 만능 히어로와 비교해볼 때 스파이더맨이 가진 능력은 제한적이다. 주로 거미의 특성에 국한된다. 그러나 대중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로 나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열렬히 열광한다.

물론 이야기 구성 자체가 대중을 끄는 매력도 있겠지만 다른 만능 히어로들이 가진 무한능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거미가 가진 특징 때문이 아닐까.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무기는 거미줄이다. 손에서 거미줄을 쏘면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다닌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거미줄 덕분에 끄떡없다. 이처럼 거미는 질기고 탄력 좋은 거미줄을 만든다. 직경 1cm의 거미줄은 점보 제트기 한대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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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포스터

거미줄의 생성 원리를 이용해 세계 각국에서 합성 거미줄 섬유 개발을 시도했다. 1990년대 캐나다에서 처음 연구개발이 시작된 이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됐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리신 등 특정 아미노산이 반복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거미 실크 단백질 특수성 때문에 고분자량의 거미실크를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지난 2010년 거미실크 단백질 합성에 성공했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연구팀과 박영환 서울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초고분자량의 거미 실크 단백질’을 대사공학으로 개량된 대장균을 이용하여 생산했다. 유전자를 대장균에 집어넣어 세계 최초로 고강도의 거미실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의미 있는 연구였다.

일본도 합성 거미줄 섬유 연구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바이오벤처 기업 ‘스파이바’가 지난해 합성 거미줄 섬유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스파이바가 만든 드레스는 새로 개발된 쿠모노수(Qmonos)라 불리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스파이바는 폭넓은 활용을 위한 합성 거미줄 섬유 응용개발 연구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내년까지 쿠모노수 섬유 10톤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아직은 개발단계인 ‘꿈의 섬유’로 불리는 합성 거미줄 섬유가 상용화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거미가 만드는 초고분자량의 실크 섬유는 미국 듀폰(Dupont)사가 만든 고강력 합성섬유인 케블라(Kevlar)에 견줄 강도를 갖고 있으며, 탄성력이 뛰어나 의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거미 실크섬유는 강도와 탄성력이 우수해 방탄복, 낙하산, 외과용 실, 인공인대, 현수교를 지탱하는 케이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에 이용 가능하다. 또한 인공 거미줄이 대량 생산되면 인공장기 등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쓸 수 있는 생분해성 어망, 방탄용 소재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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