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은 그간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 심화로 공대가 침체의 길을 걷는다. 이렇게 된 것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대학교수 평가방식이 바뀐 것도 한몫을 했다.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게재가 대학이나 교수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보다 논문 위주 실험실 연구에 주력하면서 공대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SCI논문이 30% 이상 늘어났지만, 산학협력 건수는 절반으로 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1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자문회의가 논의한 공과대학 혁신방안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 나왔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선정·평가할 때 실용성 부문 평가 비중을 크게 높이고 기술이전성과, 산업체 연구, 질적 특허, 산업체 경력 전임교원 비율, 현장실습 이수학생 비율 등을 주요 평가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학생의 현장 실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우수 중소·중견기업과 대학이 협력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학점이수 인턴제와 채용연계현 산업인턴제를 확대하고 공학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 정부재정지원 사업 선정에 혜택을 주는 산학협력 마일리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같은 혁신 방안에 ‘대학이 직업양성소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완전히 그릇된 지적은 아니다. 대학이 경쟁에만 매몰돼 직업양성소처럼 변해버려 ‘인간’을 길러낸다는 교육 본연의 목적이 퇴색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공대만큼 달리 봐야 한다. 공대는 실무적 인력을 키워내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 기능은 앞으로 더 유효하다.
공대를 산업기술 혁신기지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산업협력이 절실하다. 현장 요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연구를 위한 연구’만 되풀이한다. 특히 공대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 대다수는 학부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공대가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 역할을 대신해도 기업 경쟁력 향상과 함께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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