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신임 대표가 ‘대기업 넥슨’에 칼을 꺼내들었다. 대기업 허울을 벗고 초심으로 돌아가 벤처 정신으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넷마블에 선두를 내주며 씁쓸한 패배를 맛봤고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온라인게임도 마땅치 않아 위기에 처한 넥슨에 신임 대표가 어떤 변화를 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이달 실시하는 조직개편의 핵심을 ‘초심’과 ‘벤처’로 잡고 빠른 의사결정과 지원, 프로젝트 중심의 개발 조직 운영이 가능한 형태로 탈바꿈한다.
가장 큰 변화는 최대 5단계에 걸친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해 업무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사실이다.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본부장급 직위를 최소화하고 직접 개발이나 사업을 진두지휘하도록 변경했다. 팀장급이 직접 대표와 논의해 결정할 수 있게끔 상당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다.
대기업에 만연한 복잡한 의사결정 절차를 최소화해 벤처 특유의 빠르고 역동적인 문화를 살리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대작 온라인게임이든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모바일게임이든 관계없이 해당 개발 프로젝트를 이끄는 프로듀서를 전면에 내세워 개발팀을 운영한다.
다소 부진했던 자체 개발 온라인게임 프로젝트에 활기를 불어넣고 모바일게임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마비노기2’ 개발에 참여했던 데브캣스튜디오는 프로젝트가 중단된 후 두 달여 동안 첫 모바일게임 ‘링토스 세계여행’을 제작해 선보였다. 당분간 모바일게임 위주로 개발하면서 새로운 온라인게임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넥슨은 온라인·모바일게임에 걸친 신작 개발에 무게중심을 실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히트작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온 탁월한 라이브 서비스 능력으로 정평이 났지만 상대적으로 신작 개발에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를 이을 후속작이 없고 북미 캐시카우 ‘메이플스토리’의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것도 고민이다.
올해 넥슨의 첫 자체 개발 온라인게임 신작은 ‘메이플스토리2’다.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하다가 최근 넥슨 단독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올 여름경 첫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며 기존 메이플스토리 특유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게임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미와 일본에 투자한 모바일게임 개발사들도 올해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해외 성적도 기대해볼만 하다.
박지원 넥슨 대표는 “조직 개편은 게임을 잘 만들고 제대로 서비스한다는 기본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라이브개발 조직을 잘 유지하면서 신규개발 부문의 성장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