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를 줄였다. 2010년대 들어 두 회사 설비 투자가 동시에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한 것으로 해석됐다.
1일 양사의 201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설투자액은 전년 대비 각각 9.0%, 7.4%씩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액은 12조5988억원으로 전년 13조8481억원에 비해 1조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삼성전자 전사적으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인 24조원을 설비 투자에 썼지만 반도체 투자는 뒷걸음질 쳤다. 경기도 화성 17라인과 중국 시안 공장을 짓고 있지만 지난해 실제 투자 규모는 다소 주춤한 셈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투자 규모가 줄었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시설 투자액도 같은 기간 3조8510억원에서 3조5650억원으로 내려갔다. 지난 수년간 투자가 집중된 청주 M12 라인 신설 공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비 투자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내부 설비 확충을 본격화하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오는 6월께 경기도 이천에서 착공 예정인 SK하이닉스 M14라인 등에 힘입어 올 하반기 이후부터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김수겸 한국IDC 상무는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며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었다”며 “내년에는 노후 시설 교체, 클린룸 증설 등에 힘입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