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법의 기본 중 하나는 ‘오래 끌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격력과 의지가 무뎌지는 탓이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도, 전쟁론을 저술한 클라우제비츠도 속전속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규제 개혁에 나선 정부의 모양새가 속전속결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끝장토론을 한 지 일주일 만에 공식 대책이 나왔다. 일부 계획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공개됐다. 공무원에게 일을 맡기면 하세월이라는 비아냥이 무색할 정도다.
대책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속전속결이다. 52건의 규제 가운데 41건을 ‘수용 가능’으로 분류해 27건은 상반기, 14건은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바로 다음 달 완료하는 사업도 약 15건이다. 다른 규제는 규제개혁신문고를 통해 즉각 신고할 수 있다. 접수 후 3개월 내 정부가 소명하지 않으면 규제위원회가 판단해 없앨 방침이다.
세종청사도 분주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규제개혁 TF를 이미 가동했다. 국토교통부는 6월까지 기존 규제 30% 감축안을 내놓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개혁 TF인 규제적정화작업단도 다음 달 작업을 본격화한다.
자연스럽게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과속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안이 급조돼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 개혁 ‘광풍’으로 경제민주화가 후퇴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충분히 가능한 지적이다. 규제 기관까지 개혁에 나섰으니 걱정이 앞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속도를 낼 때다. 앞서 말했듯 시간은 공격력과 의지를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어설프게 제동이 걸리면 규제 개혁도, 경제민주화 실현도 어렵다.
대통령이 말했듯 규제는 암 덩어리와 같다. 방치하면 조용히 퍼져 결국 생명을 빼앗는다. 덩어리째, 무엇보다 초기에 떼어내지 않으면 암세포 전이를 막을 수 없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전략은 지구전이 아니라 속전속결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