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5>가장 최적화된 구조물은 자연

알테어 기술지원부 정은화 이사

“자연은 결코 실패하지 않고 언제나 걸작을 만든다. 자연은 예술가의 유일한 학교다.” 로뎅의 말이다.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찾으려고 했다. 최근에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라는 자연을 모방하는 학문이 등장해 로뎅과 같은 예술가만이 느낄 수 있었던 자연의 영감을 공학적으로 풀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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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나뭇입, 새집, 벌집 등 자연 구조물은 수억년을 진화해 지금의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었다. 이런 자연이 만든 구조를 따라한다면 손쉽게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술은 수억년 진화 속에 쌓인 자연의 구조를 풀어내는 데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자연 구조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안의 기본적인 법칙을 찾아냈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기술 중 구조 최적화 기술이다. 자연 구조물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만들 때 기존의 방법은 먼저 디자인을 한 후에 시제품을 만들고 시제품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지, 동작할 때 무리가 없는지를 따져본 후에 문제를 고쳐서 완성품을 만든다.

그러나 CAE 구조 최적화 기술을 이용하면 디자이너가 콘셉트 디자인을 하고 힘을 받는 부분을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최적화된 구조를 제안한다. 뼈나 나뭇잎 등 자연 구조에서 찾은 공식을 디자인 단계에서 적용한 것이다. 디자이너는 이 구조 형상만 지켜서 디자인을 하게 되면 따로 구조 안정성 테스트를 거칠 필요도 없이 쉽게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러다보니 디자인 단계에서 구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양한 신제품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건축 분야에도 이와 같은 CAE 구조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건축 기간을 줄이고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에 최적화 설계 기술을 포함해 건축물의 기능성과 튼튼함,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추구하고 있다. 먼저 디자이너가 기본 디자인 볼륨을 완성하면 CAE 소프트웨어가 디자이너의 성향을 반영한 구조 최적화를 수행한다.

디자이너는 소프트웨어가 제안한 다양한 구조 중에 하나를 선택해 디자인을 마무리하면 따로 구조 타당성 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3D시공 도면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컴퓨터 안에서 이루어져 비용 걱정 없이 수백, 수천번의 시도가 가능하다. 일련의 건축 프로세스를 통해서 원가절감, 공기단축뿐만 아니라 경량화라는 또 다른 토끼도 잡을 수 있다.

컴퓨팅의 발달과 함께 3D시뮬레이션 기술이 정교해지고, 적용 분야도 제조업에서 건축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구조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건축 분야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은 자연 구조의 비밀을 풀어내면서 새로운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지금의 시뮬레이션의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제조업에는 와 있다.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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