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D 프린터가 가져온 `생산혁명`

‘자동차, 항공기부터 스마트폰, 운동화, 의류, 음식·과자, 그리고 집’

올해 이후 ‘3D 프린팅’ 기술이 만들어 낼 제품이다. 미국과 중국이 3D 프린팅 기술력을 앞다퉈 확보하는 진짜 이유다. 3D 프린팅은 단순히 신기술이 아니다. 제조업의 흐름을 바꿔놓을 전환점이 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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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모터스가 제시한 3D 프린티드 카 컨셉트 모형.

이유는 간단하다. 복잡한 모양의 제품도 원하는 색깔과 스펙대로 실시간 만들어낸다.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던 1세대 ‘푸시(Push)’ 방식, 소비자가 원하는 양을 대량으로 만드는 2세대 ‘풀(Pull)’ 방식에 이어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맞춘 각양각색 제품을 다량으로 만드는 3세대 ‘대량 맞춤형(Mass Customization)’ 생산 시대가 3D 프린팅 기술이란 촉매제를 만난 것이다. 3D 프린팅을 ‘제3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배경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고난도 기술이 집약되는 ‘전자·항공·자동차’ 제조산업에서 3D 프린팅 혁명은 진행 중이란 점은 또 다른 제조산업의 미래를 암시한다.

◇전자제품, ‘내가 원하는 대로’

구글이 이달 공개한 모듈형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ARA)’의 요소 기술 중 하나가 3D 프린팅 기술이다. 아라는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부품으로 조립하듯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 구글은 이달 초 50달러에 불과한 아라 스마트폰 조립 과정을 시연했다.

곳곳에 3D 프린팅 기술이 쓰였다. 3D 프린팅업체 3D시스템스와 손잡았다. 안테나를 비롯한 각 부품을 다양한 사이즈로 주문형 혹은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각 모듈을 덮는 스마트폰 커버를 만드는 데도 3D 프린팅 기술을 쓴다. BGR은 “3D 프린팅 기술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전자부품을 모듈에 맞춰 ‘프린트’ 할 수 있게 할 것”이라 기대했다.

전자업계는 이어폰 등 인체공학적 구조가 필요한 IT제품 설계와 생산에도 3D 프린팅 기술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맞춤형 데이터센터도 출현했다. 미국 아리조나의 챈들러에는 IT업체 아이오(IO)가 메이커봇 3D 프린터를 써서 ‘데이터센터 모듈’ 시제품을 만들었다. 거대한 컴퓨팅 장비가 서로 조각조각 맞춰질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치 레고 같다. 일종의 ‘데이터센터 빌딩 블록’이라 불리는 이 컨테이너 박스에는 컴퓨팅과 전기장치가 구비돼 있으며 차량이나 선박으로 운송도 할 수 있다. 맞춤형 생산이 제품의 크기와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항공, ‘부품부터 기체까지’…더 가볍고 빠르게

민간 항공사 ‘에어버스’는 중국 서부공업대학(NPU)과 3D 프린팅 기술을 항공기 부품·기체 생산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을 시작했다. 레이저솔리드포밍(Laser Solid Forming) 기술로 티타늄합금 부품을 만들 예정이다.

에어버스는 “원가를 줄일뿐더러 양산기간이 끝난 부품을 만드는데 이상적”이라 밝혔다. 원하는 제품을 생산일정에 관계없이 그때 그때 만들 수 있게 됐단 것이다. 불규칙한 시제품이나 소수만 생산하는 제품에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대량 생산 시대로부터의 탈피다.

뿐만 아니라 기존 방법으로 생산했을 때보다 제품을 55%나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생산설비 측면에서 유연함은 말할 것도 없다.

3D 프린팅 기술이 가져올 생산 혁명의 미래를 가장 먼저 알아본 기업 중 하나는 GE다. GE는 지난해 이후 항공기 엔진 노즐을 3D 프린팅 방식으로 생산한다. 20개 부품을 조립하던 공정을 3D프린터가 만든 하나의 조각으로 대신한다. 고온에서 견디는 핵심 부품 제조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쓴다. GE는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부품이 더 강해지고 가벼워진 노즐을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했다. 수십개 공정은 하나로 줄었다. GE가 밀고있는 ‘첨삭식 제조(additive manufacturing)’ 3D 프린팅은 층층이 부품을 더해 목표물을 만드는 제조법이다.

롤스로이스도 항공기 엔진 부품을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기 시작했다. 생산 속도를 높이고 부품도 가볍게 한다고 이점을 설명했다. 생산 속도 개선과 경량화가 큰 효과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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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모터스가 제시한 3D 프린티드 카 컨셉트 모형.

◇자동차, ‘상상한대로 뽑아내는 시대’ 온다

지난주 3D 프린팅으로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자동차 기업이 나왔다. 미국 자동차 기업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다. 오는 9월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차 시제품을 시카고에서 열릴 국제제조기술쇼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컬 모터스가 ‘다이렉트 디지털 생산(DDM:Direct Digital Manufacturing)’이라고 부르는 이 제조기법은 부분 접합 재료를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까지 접목했다. 로컬 모터스는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이 복잡하고 정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일이 부품을 조립하지 않아도 상상을 곧장 현실로 바꾸는 기술로 기대됐다. 디자이너·소비자가 생각한 모델이 빠른 시간에 생산에 반영될 수 있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BMW가 i3의 내부 부품에 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제조를 위한 획기적 기술로도 꼽힌다. GM과 포드는 브레이크 패드 시제품 제조에 이미 3D 프린팅 기술을 쓰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엔지니어링 업체 EDAG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자동차 사이즈의 대형 부품 시제품을 내놨다. 미국 IT매체 와이어드는 “EDAG의 디자인은 대형 자동차를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작은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서로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몇 단계 만으로 대형차를 조립해 엄청나게 튼튼한 차량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공정 단축, 시간 절감 효과는 물론 제품의 완성도는 높이면서 가볍고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표. 산업분야별 3D 생산 적용 분야 (자료:외신취합)

[이슈분석]3D 프린터가 가져온 `생산혁명`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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