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지식재산(IP)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거액의 투자를 이끌어내 관심을 끌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 25곳이 보유한 특허만도 수만건에 달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를 모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흥남)은 미래에 발생할 특허기술료를 담보로 한국산업은행(KDB)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출연연구기관이 특허기술료 수익을 담보로 은행투자를 이끌어 낸 ‘로열티 유동화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열티 유동화는 장래 발생할 로열티 수입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현금화하는 일이다.
이번 계약은 IP 전문 투자운용사인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이 ETRI와 한국산업은행을 연결해 줬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이 연결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한국산업은행은 100억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ETRI 수익의 일정비율을 수익금으로 받는다. 수익률은 비공개다.
ETRI는 이 투자금을 정부 과제지원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해외특허 출원과 특허풀 가입, 특허침해 대응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매년 200억원씩 1000억원 정도의 특허기술료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TRI의 최근 5년간 평균 특허기술료 수익은 110억원 정도다.
투자 대상은 ‘국제표준특허’ 376건이다. 대표적으로는 LTE와 와이파이,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기술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민서 ETRI 지식재산활용팀장은 “미국 예일대가 에이즈 치료제 제리트 특허로열티로 1억달러를 벌었는데, 이것이 IP금융화의 대표사례”라고 설명했다. 예일대는 로열티 수입 중 30%를 내부 발명자에게 지급했다. 투자자에게는 수익배당이 이루어졌다.
김흥남 ETRI 원장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핵심특허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했다”며 “이번 IP금융사례가 중소기업이나 벤처에도 적용, 활성화 될 수 있는 단초 마련은 물론이고 창조경제의 표준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를 진행한 송문선 KDB 투자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번 투자는 새로운 금융기법”이라며 “지식재산권 로열티에 기반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TRI는 지난해 전 세계 연구소·대학·정부기관 등 237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특허종합평가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