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소·중견기업 R&D 투자 확대로 쏠림현상 해소해야

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별 쏠림 현상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8대 산업 가운데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 업종의 투자 증가율이 타 업종에 비해 다소 낮은 것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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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업종에서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산업계 전반의 관심이 요구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의 산업별 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반도체 산업의 R&D 투자액은 12조2290억원이었다. 같은해 전체 R&D 투자액 35조5640억원의 35%에 달한다. 뒤이어 투자 규모가 큰 전자(6조8640억원)와 자동차(4조6310억원)를 합친 것 보다 많다. 조선·철강·섬유 산업이 전체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 안팎에 머물렀다.

반도체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인 R&D 집중도도 7.58%로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R&D 집중도가 5% 이상이면 고 집중도로 분류된다. 2~5%는 중·고 집중도, 1~2%는 중·저 집중도, 1% 미만은 저 집중도에 각각 해당한다.

김강호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책임연구원은 “R&D 집중도는 기업이 R&D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라며 “다만 기업의 매출 변화가 같이 반영되는 만큼 단순히 R&D 집중도만 보지 말고 전체 투자 추이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자 산업의 R&D 집중도가 5.14%로 고 집중도 수준이었다. 기계(3.61%), 자동차(3.16%)는 중·고 집중도에 들었다. 조선·화학·섬유 산업의 R&D 집중도는 1%대에 그쳤다. 철강은 1%를 밑돌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R&D 투자 규모와 집중도가 높다고 해서 전체 반도체 기업의 R&D 투자가 활발했다고는 볼 수 없다. 기업의 개별 투자를 산업별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대표 업종으로 나눴기 때문이다.

가장 투자 규모가 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포함됐다. 삼성전자의 2012년 R&D 투자액은 약 10조5900억원이었다. 이는 반도체 산업 투자액의 86%에 달하고, 1000대 기업 전체 투자액에서도 30%에 육박한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R&D 투자 규모가 반도체는 물론이고 전체 기업의 투자 지표를 가른다는 점에서 착시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특정 기업과 업종의 R&D 투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산업 균형 발전 측면에서는 다소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은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크지만 증가율은 8대 산업 가운데 네 번째 수준이다. 2008~2012년 반도체 R&D 투자 연평균증가율은 8.7%로 섬유(13.2%)·전자(10.8%)·화학(9.4%) 산업을 밑돌았다.

반도체 산업은 R&D 집중도도 낮아지는 추세다. 반도체 산업의 R&D 집중도는 지난 2008년 9%대였지만 2012년엔 7%대로 떨어졌다.

세 번째로 R&D 투자 규모가 큰 자동차 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자동차 산업의 R&D 집중도는 3.79%에서 3.16%로 낮아졌다.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 동력에 해당하는 반도체·자동차 산업의 R&D 투자 역량은 매출 규모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높아지지는 않고 있다.

R&D 집중도만 놓고 보면 최근 5년간 기계 산업의 상승률이 높았다. 기계 산업의 R&D 집중도는 2008년 2.62%에서 2012년 3.61%로 올랐다.

결국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 기반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같은 특정 기업·산업 의존도를 줄이면서 다양한 업종 기업들의 R&D 투자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허리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요구된다. 1개의 대기업 보다는 수십, 수백개의 중소·중견기업이 R&D 투자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의준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의지와 투자 비중을 계속 높여나가야 한다”며 “꾸준한 R&D 투자로 기술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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