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성장세를 구가했던 국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계가 공급과잉 우려에 떨고 있다. 스마트폰 활황을 타고 주력 부품 산업의 입지를 강화했던 FPCB 업체들은 지난 2012년부터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지만,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방 시장 충격에 따른 수요 침체에 대비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플렉스·대덕GDS·플렉스컴·비에이치·액트 등 주요 FPCB 업체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10% 후반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이들 FPCB 업체 매출 성장률이 40.4%인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목표다.
문제는 지난 2012년부터 대다수 FPCB 업체가 50~100%가량 생산능력을 확대한 것이다. 스마트폰용 FPCB 수요 증가율이 둔화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실적 하락 충격을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곳은 인터플렉스다. 인터플렉스는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와 애플에 FPCB를 공급하면서 고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주춤했다.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을 확대했지만 고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위권 업체들도 잇따라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면서 국내 FPCB 시장은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다수 FPCB 업체가 올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FPCB 업체들은 리지드플렉스(R/F) 제품과 카메라모듈·터치스크린패널(TSP) 등 특수 시장을 공략하면서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덕GDS는 최근 메탈 PCB·경성기판 등 TV용 부품을 줄이는 대신 R/F·카메라모듈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용 FPCB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비에이치는 터치스크린패널(TSP)용 FPCB 물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플렉스컴은 펜 인식을 위한 디지타이저 생산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태블릿PC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FPCB 업체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이 불투명해진 것과 달리 태블릿PC 시장은 올해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PC에는 평균 12~14개의 FPCB가 탑재된다.
FPCB 업체들은 해외 생산 체제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플렉스컴·비에이치 등 주요 업체는 최근 베트남 공장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최대 스마트폰 생산거점인 베트남 옌퐁의 공급 물량을 잡기 위해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FPCB 업체들이 외형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거래처에 편중돼 있는 사업 구조를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스마트와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스마트폰용 FPCB 수요 둔화 충격을 얼마나 상쇄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위: 억원)
*자료: 전자공시스템 및 업계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