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출시한 독자 체크카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른 증권사도 자체 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수익을 다변화하는 추세다. 증권사 수익 다변화에 도움이라는 해석과 과도한 혜택 경쟁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렸다.
지난 5일 출시된 현대증권 첫 자체 체크카드인 ‘able카드’는 출시 열흘 만에 2만장 발급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증권사는 그동안 카드사와 제휴해야 카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7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독자적으로 현장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발급하는 길이 열렸다.
able카드는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부각되면서 성과를 거뒀다. 50만원 이상 급여이체 또는 자동결제 5건 이상을 신청할 때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우대 금리가 적용돼 5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4.1%가 제공된다. 전월 실적에 따라 주유할인, 대형할인점 및 백화점 15% 할인, 택시와 KTX 할인 등 신용카드 못지않은 혜택도 준다. 현대증권은 체크카드로 CMA 잔고가 늘어나 주식계좌 자금 유입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현대증권에 이어 다른 증권사도 독자 카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HMC투자증권 등은 이르면 3∼4월, 늦어도 올 상반기 내 직불카드 상품을 내놓는다.
증권사가 카드업에 속속 뛰어드는 것은 수익 다변화와 카드 발급으로 새 CMA 고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증권사 발급 카드는 CMA계좌와 연동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 CMA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아니라면 카드 개설을 위해 CMA 통장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의 카드업 진출이 실질 이득 없이 카드사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대증권이 새 카드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상당하다”며 “이를 시작으로 다른 증권사나 카드사까지 경쟁적으로 혜택을 높이면 자칫 수익보다 투자비용이 커져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와 경쟁 관계에 놓인 신용카드업계는 증권업계가 다른 법을 적용받아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을 피할 수 있다며 불공정 경쟁이라고 비난했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체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아 과도한 카드혜택을 제공하면 감독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지만, 증권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아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증권사와 경쟁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