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 이야기]한국땅 참 좁다고 느낄 때 있으시죠?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공개 석상에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사실 이동통신이 주력인 SK그룹 차원에서는 옛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전부터 시스템 반도체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룹 내에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보니 섣불리 뛰어들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계 등에 포진한 삼성전자 임원 출신들에게 자문을 얻으러 다녔다고 하죠.

최근 영입한 임형규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ICT기술성장 추진 총괄 부회장은 사실은 SK하이닉스에 자리를 마련하려다 장고 끝에 SK그룹 소속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서광벽 미래기술총괄 사장의 직책에서 `시스템 반도체`라는 명칭을 뺀 것도 경쟁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배경이야 어쨌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도 끌어 올리고 오랜 경험을 쌓은 임원들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에서도 신사업 관련 보직은 임원의 무덤이라고 불립니다. 신사업을 성공시키기 어려울뿐더러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기업 문화가 그 만큼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임원이라도 신사업을 맡게 되면 2~3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진해서 신사업을 맡겠다는 사람이 드뭅니다. 대다수 임원들이 위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떠들고 있지만, 정작 혁신을 일궈낼 수 있는 체계를 갖춘 회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신사업은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큰 분야입니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여기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다음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게 더 중요하겠죠. 실패에 대한 경험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언제 올까요.

○…한국땅 참 좁다고 느낄 때 있으시죠? 특히 제조업에서 소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패거리 문화가 생기기도 쉬운 데요, 과거 공업화 시절 한국 제조업의 주축을 이루던 섬유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업체 대표, 관련 전공 교수들이 끈끈하게 뭉쳐 있습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함께 발전하는 문화 참 좋습니다. 그런데 정부 과제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편법은 아닐지라도 담당 공무원과 업계, 학계가 힘을 모은다면 과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과제를 따내는 것도, 추후 평가를 좋게 받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미래 국가 성장동력을 찾는데 쓰여야 할 연구개발(R&D) 자금이 수준 미달의 기술 지원에 쓰이는 사례가 있어도 지적할 사람도, 해결할 사람도 없다면 문제겠죠.

○…중국 설인 춘절은 긴 휴일과 엄청난 인파가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달 초 춘절 연휴는 지났지만 소재부품가에는 아직도 그 여파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기업들은 이제야 제품 생산을 시작한 곳도 많다고 합니다. 귀경길이 멀어 보통 공휴일에 더해 휴가를 가다보니 그렇다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사전 준비를 한 덕분에 고향에 갔다 돌아오지 않는 무단 이탈 인력들은 올해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한 달 중 절반 가까이 쉰 중국 춘절이 끝났으니 중국에서 있는 소재부품가 사람들은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소재부품가 뒷 이야기는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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