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통신요금 규제 손 뗄 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규제 개선을 검토한다. 요금제부터 가계통신비, 이용자보호까지 현행 제도를 개선할 로드맵을 상반기 중 마련한다. 핵심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여부다. 미래부는 폐지를 단정하지 않았으나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요금 인가제는 20년 이상 익숙한 제도다. 선발사업자가 마련한 새 요금제를 만들 때 정부 허락을 받는 제도다. 특히 후발사업자를 보호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는데 기여했다. 이른바 유효경쟁체제 정립에 제 구실을 했다. 우리나라 통신 시장 경쟁은 세계 주요국가와 비교해 치열한 편이다. 늘 꼴찌를 면치 못했던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효경쟁 활성화와 후발사업자 보호라는 요금 인가제 기대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지만 상당히 왜곡됐다. 통신시장 본연의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단말기 보조금과 같은 마케팅 경쟁만 판을 친다. 정부가 이 보조금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 하지만 시장 과열은 이를 무색케 한다. 밤 새워 휴대폰을 공짜로 사는 `2.11 보조금 대란`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통신시장 본연의 경쟁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요금 규제 폐지는 그 출발점으로 적절하다.

일각에선 선발사업자로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을 걱정한다. 하지만 후발사업자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예상보다 덜할 것으로 관측됐다. 요금 규제를 푼다고 독과점 횡포가 생길 가능성도 낮다. MVNO에 제4이동통신까지 허용하면 경쟁은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요금 규제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일일이 간섭하던 규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핵심인 규제 권력을 놓겠다는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정부는 시장 원리에 맡겨 경쟁을 북돋되 규제를 이용자 보호에 더 집중해야 한다. 통신사업자도 이참에 보조금과 같은 소모적인 경쟁보다 본연의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은 이미 음성보다 데이터로 넘어갔다. 이를 반영한 차별화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의미도 배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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