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IT서비스 업체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에 칼을 뽑았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쉽게 근절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대형 IT서비스 업체와 중소 협력업체 간 불공정 하도급 관행인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지만, 해법을 찾지 못해 피해만 커졌다. 중소 하도급업계는 계열사 정보화 사업 수의계약 관행과 주사업자에게 모든 것일 일임하는 통합발주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 IT서비스 업체의 불공정 관행은 주로 해당 그룹 계열사 프로젝트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KTDS는 KT의 규제회계시스템에 대한 위탁 운영을 하면서 하도급업체에 계약기간만 있고 하도급대금이나 구체적인 목적물도 기재되지 않은 사업수행 합의서만 줬다. 이외에 23개 수급사업자, 30개 하도급계약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나타났다.
현대오토에버도 현대제철 당진 LLC PLC시스템 교체사업 등 21건에서 지명 경쟁입찰로 발주,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을 하도급 대금으로 결정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마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매출계획수립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최저가 입찰 금액보다 낮게 최종 지급했다. 한화S&C와 아시아나IDT는 하도급 대금을 지연 지급하고 지연이자도 미지급했다. 롯데정보통신은 하도급 서면계약서를 용역이 완료된 후에 발급해 문제가 됐다. SK C&C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대금을 감액 지급했다.
그룹 계열사 사업에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사업을 수주한 계열 IT서비스 업체에 모든 힘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정보화 프로젝트는 경쟁입찰 방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계열 IT서비스 업체가 수행한다. 이러다 보니 사업에 참여하는 하도급업체는 주사업자인 계열사 IT서비스 업체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문제가 있더라도 다음 사업을 위해 쉬쉬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각한 것은 공공정보화 사업에서도 불공정 하도급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SW기업 대표는 “IT 아웃소싱 사업은 대부분 통합 발주된 것을 IT서비스 업체가 수주, SW기업과 하도급 계약을 한다”며 “IT서비스 업체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 하도급업체에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후속 사업을 위해 거절할 수 없는 게 SW기업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근절되기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계열사 간 신규 정보화 사업 등에는 철저하게 경쟁입찰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 하도급업체 대표는 “계열사 사업이라도 경쟁입찰이 철저하게 적용하면 입찰 과정이 보다 투명해지기 때문에 부당한 거래는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사업자 선정 시 주사업자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 내용을 평가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도급 업체와 명확하고 투명한 계약서를 작성한 주사업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중소 SW업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 스스로가 공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중소 상생 마인드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