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 비씨카드 대표 사임을 시작으로 KT가 비씨카드 보유지분을 곧 매각하고 금융 사업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창규식 `삼성 경영방식`이 지지부진한 금융사업 축소, 더 나아가 비씨카드 사업 철수까지 이어질지 관심사다. 조만간 비씨카드 임원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솔솔 나온다.
비씨카드 고위 관계자는 “KT가 비씨카드 지분 매각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KT내부에서 경영 계획과 관련한 함구령이 떨어져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면 KT와 비씨카드간 여러 융합 사업은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다. 황창규 회장 부임전 KT는 모카 월렛(전자지갑) 사업 주체를 비씨카드로 이관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대표가 공석이 되면서 중단됐다. KT 협력사와 비씨카드간 한중일 모바일카드 표준화, 은련카드 공동 중국 교통카드 사업 진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비씨카드 내부에선 이강태 사장 해임에 대해 KT가 `옥상옥` 행태를 단행했다며 불만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해임 통보된 날 이강태 대표는 전 직원 대상으로 정보보안 강의를 준비 중 이었다”며 “자회사 최고경영진을 하루아침에 아무 예고 없이 경질하는 기업은 KT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KT는 모바일 금융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석채 전 회장이 이강태 대표를 직접 발탁한 것도 바로 모바일 금융 결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KT 통신망과 결합한 여러 융합사업을 하기 위한 조치였다.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접목한 가맹점 대상 빅 데이터와 컨설팅, 교육사업, 중소가맹점 대상 밴 사업 등 비씨카드가 보유한 프로세싱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부대사업을 이미 시작했거나 올해 준비 중이었다. 대표 해임에 이어 지분 철수 검토 계획까지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비씨카드는 최대 위기를 맞은 형국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