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독특한 특허 제도 중 하나인 `혁신특허`는 특허(Patent)라는 단어 앞에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이 덧붙여져 왠지 일반특허(Standard Patent)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고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은 반대로 일반특허보다 진보성(Inventive Step)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발명에 주는 특허다.
혁신특허 제도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실용신안 제도와 비슷한 제도이나 결정적인 차이는 혁신특허를 받을 수 있는 보호대상이 물품의 형상, 구조 또는 조합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특허의 보호대상과 동일하다. 물질이나 방법까지도 특허가 가능하고 실체 심사 없이 방식 심사만을 거쳐 약 1개월 이내에 특허 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혁신특허는 보호기간이 8년으로 일반특허의 보호기간인 20년보다 짧고 청구항이 5개까지만 허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제품 교체주기가 빨라서 특허권에 의한 신속한 보호가 요구되는 경우, 기존 기술을 사소하게 개량해 일반특허를 받기는 어렵지만 특허를 꼭 받아야하는 경우, 연구실적에 들어갈 해외 특허 등록번호가 필요한 경우, 마케팅용으로 호주에서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이 필요한 경우 등에 유용하다.
교체주기가 빠른 전자제품을 호주 시장에 공급·판매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호주의 혁신특허 제도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바 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국제출원 후 호주 국내 단계 진입을 일반특허 출원으로 한 다음 다수의 혁신특허 출원으로 분할 출원해 신속하게 등록받을 수 있다. 이는 판매 제품에 대한 두터운 특허 포트폴리오를 형성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려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실용신안 무심사 선등록 제도를 활용해 이득을 얻은 중국기업 때문에 호주 혁신특허 출원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해 호주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의 대책이 절실하다.
혁신과 일반특허 출원 간의 상호변경 출원은 특허 등록결정(Acceptance) 전까지 허용된다. 혁신특허는 등록결정이 출원 후 보통 1개월 이내에 나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므로 일반특허로 변경 출원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특허 출원에 대한 진보성 관련 거절 이유의 극복이 어려운 경우에 이 판단기준이 현저히 낮은 혁신특허 출원으로 변경 출원해 등록받을 수 있는 실익이 있다.
등록된 혁신특허라 하더라도 권리행사를 하려면 심사청구 후 실체 심사를 받는 인증(Certification)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는 2006년 10월 1일 이전에 출원된 한국 실용신안출원에 적용되는 실용신안 무심사 선등록 및 기술평가 제도와 매우 유사하다. 혁신특허에 대한 진보성 판단기준(Innovation step)이 낮으므로 신규성 요건 정도만 만족되면 실체 심사 후 인증을 받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일단 인증을 받으면 무효화하기가 쉽지 않다.
경쟁사가 호주에서 등록된 혁신특허로 침해 주장을 하는 경우 해당 혁신특허가 인증을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인증받지 않았으면 제3자에 의한 심사청구와 동시에 선행기술의 존재를 증명하는 정보를 호주 특허청에 제공해 해당 혁신특허의 인증을 막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결과에 대한 불복은 특허심판원 제도가 따로 없는 호주에서는 연방법원에 해야 한다.
혁신특허의 출원 비용은 일반특허에 비해 저렴하고 실체 심사 없이 방식 심사만을 거쳐 1개월 내에 신속하게 등록된다. 권리행사 면에서도 실체심사를 거치는 인증을 받아야 하기는 하나 일단 인증을 받으면 일반특허와 동일하게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호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의 적절한 활용이 요청된다.
오대웅 호주 에프비라이스 로펌 변리사 dwoh@fbrice.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