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계열화 하려던 LG는 급제동
삼성전자와 일본전기초자(NEG)가 스마트폰·태블릿PC용 커버유리 소재 사업을 위해 손잡았다. 이에 앞서 NEG와 합작사를 설립, 커버유리를 수직 계열화하려 했던 LG전자 행보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안에 4~5인치대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에 NEG가 공급한 커버유리를 쓰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태블릿PC에 코닝 고릴라 유리 대신 다른 소재를 채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NEG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 중인 LG전자보다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손잡는 게 코닝 독점 구도를 깨뜨리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는 NEG를 활용해 코닝의 독점을 견제하는 동시에 커버유리 소재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NEG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원판 유리는 코닝 고릴라 유리에 비해 성능은 90% 수준이지만 가격은 20~30% 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이 코닝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두 회사는 더욱 공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로서는 커버유리를 코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자칫 커버유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가격 하락 압력도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커버유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스마트폰 업체를 잡아야 하는 NEG와 삼성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NEG 원판 유리는 중국 렌즈테크·바이탈링크·후지크리스털 등에서 가공한 후 삼성전자에 최종 공급된다. 삼성전자는 NEG와 원판 유리 가격 협상뿐 아니라 품질 관리까지 직접 관여한다. 중국 강화유리 업체는 사실상 위탁생산만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핵심 소재를 제한된 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구조가 아니다”며 “다양한 소재·부품을 잇따라 발굴해 스마트폰·태블릿PC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NEG와 합작사를 설립해 스마트폰·태블릿PC용 커버유리를 수직 계열화하려 했던 LG전자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NEG가 커버유리 사업 역량을 삼성전자에 집중하면서 양사 간 합작사 설립 프로젝트도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당초 LG전자와 NEG는 지난해 구미에 커버유리 합작사를 설립, 올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NEG가 원판유리와 함께 강화유리 생산 기반 기술을 제공하고, LG전자는 PDP 공장 내 용지를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협상 내용도 나왔다. 그러나 합작사 지분 문제를 놓고 양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급 불안이 빈번한 만큼 커버유리를 수직 계열화하려는 LG전자 전략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NEG 대신 다른 소재 업체와 손잡거나 자회사를 새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