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직접 가맹점 관리한다

금융당국이 제2의 정보 유출 사각지대로 불리는 가맹점 정보의 외부 차단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종이 형태로 신청해 보관하던 모든 가맹 신청서를 없애고 모바일 가맹 신청 서비스를 도입한다. 사업은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카드사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3일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새로 창업하는 가맹점주에게 신청서를 태블릿PC로 받는 `모바일 가맹신청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가맹점 정보가 밴(VAN)대리점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중계기관을 거쳐 카드사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로 정보 관리 시스템을 전면 바꾸겠다는 취지다.

기존 가맹점 정보는 밴 대리점이 단말기 등을 무상 설치해주고 가입 신청서와 개인정보, 심지어 소득 유무, 인감도장까지 관리해왔다. 밴 대리점은 가맹점주로부터 입수한 증빙서류와 각 카드사 신청서 양식에 가맹점주 서명을 받아와 신청서를 작성하고 이를 카드사에 접수하는 방식이다. 다시 카드사는 서류 스캔과 자료 입력 처리를 거쳐 정보를 심사하고 결과를 가맹점주에게 우편으로 통보해주는 재래 방식을 고수해왔다.

카드 가맹점 가입신청사가 종이 문서로 처리되면서 2차 정보 유출과 판매가 만연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했다. 특히 가입 신청서에는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밴 대리점이 이 정보를 카드사에 보내지 않고 직접 대행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밴 대리점은 수집한 가맹점 정보를 상위 밴사와 계약 체결 시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활용해왔다. 실제로 밴 대리점이 대형 밴사와 계약 체결 시 가맹점 정보가 최우선 순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밴사 관계자는 “밴 대리점이 일명 `밴 갈아타기` 작업을 할 때 보유한 가맹점 정보를 통째로 가져가 버린다”며 “해당 가맹점주는 거의 모든 정보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보가 밴 대리점에서 거래되거나 이용되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정보를 이용한 밴 대리점의 기득권을 차단하고 내년까지 시행 예정인 POS보안 관리와 IC카드 단말기 전환 도입에 앞서 `밴 대리점 길들이기`에 나선 형국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모바일 가맹 신청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펜타온, SK 엠엔에스와 계약을 맺고 자체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가맹점주가 태블릿PC 형태의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면 해당 정보가 밴을 거치지 않고 카드사로 직접 넘어간다.

가맹점 모집은 여신금융협회에 등록한 밴사만 할 수 있도록 `밴 등록제`와도 병행 추진한다. 제반 필요 서류도 스캔 작업으로 이뤄지며 정보는 태블릿PC에 저장되지 않는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장기적으로 밴 대리점에서 몇 명의 인원이 붙어 관리했던 일을 모바일 하나로 처리할 수 있어 수백억원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등 주요 카드사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비씨카드는 앱 기반 가맹점 신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해결과제는 역시 비용 문제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존 가맹점 신청 서비스 대비 건당 600~700원의 비용이 더 든다. 중계 기관을 거쳐 카드사로 정보가 넘어가기 때문에 바로 대행비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지만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카드사로선 투자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관건이다. 연간 신규로 창업하는 가맹점만 50만곳이 넘는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지 않은 카드사가 모바일 가맹점 신청 서비스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정보 유출 차단이라는 공익 측면에서 정부가 별도 인센티브를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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