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이 오는 14일 발효되면서 국가 ICT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 기능이 복원된다. 범부처 ICT 정책 수립을 위한 정보통신전략위원회도 본격 가동되면서 세계 최고를 향한 대한민국 ICT 정책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별법 시행으로 각종 규제도 대폭 완화돼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됐다.
3일 관계기관과 관련부처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ICT 특별법에 근거해 2월 정보통신기술진흥원을 설립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부설기관으로 150명 규모로 대전에서 시작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원은 국가 ICT R&D 사업 컨트롤타워로 공공 프로젝트를 총괄할 예정이다. 2008년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서 `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콘텐츠진흥원(KOCCA)`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으로 쪼개진 ICT R&D 기능을 다시 모으고 △기술거래 △기술평가 △사업화 부문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관리 체계 일원화·중복예산 편성 방지 등 ICT R&D 전반에서 효율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간 부처 간 이견으로 다소 표류했던 진흥원 설립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당초 취지인 국가 ICT R&D 총괄 기능 부활을 위해 범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업화 등 발족 이후 추가되는 부문에 부처별 예산 할당 등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ICT R&D에 참가 중인 한 대학교수는 “초기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체를 총괄하는 기능이 진흥원에 집중돼야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실에 설치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도 본격 가동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정보화 기본계획을 확정하거나 부처에 세부조치를 요구하고 연구개발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집행 권한을 가진다.
전략위원회에서 다루는 예산은 연간 3조원 이상이다. 입법단계에서 기획재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정보화예산협의회 신설이 무산되고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로 축소된 만큼 부처 협의 비중이 높아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간 2조~3조원 규모 정보화 예산을 기본으로 플러스 알파 항목이 있을 것”이라며 “부처 조정 작업을 거쳐 이르면 6~7월께 예산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관은 “특별법에서 예산안 접근을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동일한 목표 아래 부처끼리 예산을 조율하는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에서도 큰 영향이 예상된다. 국산 통신장비 업계는 특별법 발효로 수혜를 기대한다. 미래부는 특별법을 근거로 상반기 전 부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IT·네트워크 장비 구축 운영 지침`을 적용할 방침이다.
가격 배점을 높이고 제안요청서(RFP) 사전심의를 의무화하는 등 국산 장비 차별이 해소돼 연간 8000억원 규모 시장에서 국산 업체 진입로가 넓어진다는 분석이다.
구교광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전무는 “2009년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에 동일한 조치를 시행한 결과 10% 미만이던 통신장비 국산화 비율이 2012년 23%까지 상승했다”며 “전체 공공기관으로 조치가 확산되면 국산 ICT 장비 산업 기반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ICT 서비스 허가 등 미래부의 정책 조정 역량도 시험대에 오른다. KT스카이라이프는 ICT 특별법 발효에 맞춰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특별법은 DCS처럼 법 적용이 모호한 신규 서비스에 네거티브 규제를 기본으로 임시허가·신속처리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DCS 등 신규 서비스 가동으로 시장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부딪히는 각 사업자 이해관계를 현명하게 조정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