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높이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어준 물류센터를 동네슈퍼의 경쟁 상대인 대기업 유통회사가 차지하는 비리가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동네 슈퍼마켓 보조금을 허위 청구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장과 알선 브로커 김모씨, 지역 슈퍼조합 관계자 등 13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브로커 김씨는 구속하고 김 회장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과 의정부 동네 슈퍼용 공동물류센터 건립 과정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슈퍼마켓 조합이 부담해야 할 자가 부담금을 내겠다고 속인 혐의다. 대기업 물류회사인 B사가 슈퍼조합을 대신해 물류센터 조성비용 등 자부담금 일부를 내는 조건으로 물류센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 B사 대표 김모씨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구속된 브로커 김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B사 고문으로 활동하며, 물류센터 건립 과정에서 시공업체 등으로부터 13억원을 받아 챙겼다. 대기업은 물류센터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김 회장 등은 2007년 5월 40억원이 들어가는 부산 만덕물류센터 건립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부지 임대보증금을 부풀려 자부담금 15억원을 낸 것처럼 속여 정부 지원금 25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물류센터 건립비용 5억원을 부담하는 한편 조합회에 운영비 명목으로 2012년까지 월 300만원씩 총 8600만원과 김 회장 전용 차량 리스비용 4500만원을 제공했다. 공동물류센터는 정부와 지자체가 대부분의 건립비용을 지원하고 슈퍼마켓조합이 나머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2009년까지 민자 부담금 비율은 30%였으나 2010년 10%로 하향 조정됐다.
김 회장과 경기도 모 슈퍼조합 이사장 신모씨도 2009년 5월 의정부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조합원 수를 부풀리고 자부담금을 내는 것처럼 속여 의정부시 등으로부터 28억원의 보조금을 받아낸 혐의도 받고 있다. 공동물류센터를 지으려면 조합원 수가 50명이 넘어야 한다.
이때도 B사는 물류센터 부지 매입 대금 5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운영권을 받았고 신씨에게는 8500만원, 연합회장 김씨에게 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두 물류센터는 B사의 물류와 주류 창고로만 이용돼 지역의 슈퍼마켓 운영자들은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영세 슈퍼마켓의 간판을 교체하고 경영 컨설팅을 하는 `나들가게` 사업 등에서도 비리가 적발됐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