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올해 상반기 또다시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팹) 투자와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올 상반기 소자 업체의 투자 계획이 없어 다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 여부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리는 실적을 만회하는 방안을 장비업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반도체 장비 투자 계획이 하반기에 집중돼 장비 업계가 상반기 다시 한 번 침체를 겪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까지 중국 시안 공장에 반입한 장비로 1단계 공정을 세팅하고 있다. 웨이퍼 5만~6만장 규모, 3D 낸드플래시 위주로 생산한다. 당초 1단계로 3만~4만장 규모 투자를 예정했지만 지난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능력을 늘려 놓은 상황이라 곧바로 2단계 투자를 단행하기는 힘들다. 1분기 양산을 시작하고 올해 낸드플래시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도 화성 17라인 라인 역시 장비 투자 계획이 미정이다. 일단 공장 건설이 마무리 되고 14나노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공정이 개발되는 하반기에 장비구매의향서(PO)를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 모바일·서버 등 주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성공 여부, 글로벌 AP 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잡는지 여부에 따라 투자 규모는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공장 증설에 올해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일반적인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을 감안하면 시설 투자 외에 장비 투자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 M12라인 일부 증설, 중국 우시 공장 미세공정 투자가 남아 있지만 신설 투자는 없다. 작년 공장 화재로 투자 규모가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장비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삼성전자 17라인 등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당장 상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 공장이 건설되고 신장비가 반입되는 올해 말 가시적인 규모의 투자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장비 업체도 글로벌 업체들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대기업 투자 변동으로 인한 만성적인 실적 부침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올해 투자를 발표한 TSMC, 도시바, 글로벌파운드리즈 등 해외 공급선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