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폰5C가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5C가 예상한 성과를 내지 못해 애플의 고민거리가 됐다”며 “좋은 결과를 말하지 못한다면 아예 거론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5100만대 아이폰을 팔았다. 전년 동기보다 7% 늘어났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5500만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단일 신제품 원칙을 깨고 처음 아이폰5S와 아이폰5C 두 종류로 늘렸지만 아이폰5C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을 당시 수요 예측이 빗나가 아이폰5S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아이폰5C는 재고가 쌓였다. 애플이 자랑하는 공급망관리(SCM)에 오점을 남겼고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어떤 임원도 아이폰5C를 거론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팀 쿡 CEO는 물론이고 피터 오펜하이머 CFO는 아이폰5S 성과만 내세우며 아이폰5C 실적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쿡은 단지 “아이폰5C에 지문인식센서가 없어 아이폰5S가 잘 팔렸다”고만 설명했다. 오펜하이머는 “지난 4분기 말까지 아이폰5S 수요가 높아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아이폰5C 설명은 없었다.
아이폰5C 전략 실패는 평균판매단가에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평균 판매 단가는 637달러로 3분기 577달러보다 올랐다. 이동통신사 약정 없이 팔리는 아이폰5S는 649달러며 아이폰5C는 549달러다. 아이폰 판매가 아이폰5S에 집중된 증거다. 아이폰5C 전략 실패는 협력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이폰5C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자빌서킷은 고객 수요가 예상치를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테크크런치도 아이폰5C가 실적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며 애플이 아이폰5C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더 저렴한 아이폰을 내놔야 할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5C는 기존 아이폰5에 플라스틱 커버를 쓰운 제품으로 아이폰5S보다 100달러 싸다. 애플은 본래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을 100달러 내려 판매하는데 이를 그대로 아이폰5C에 적용했다. 소비자는 가격과 전략 모두에 만족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커버 제품을 버려야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