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트리트뷰 촬영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로 2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외 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구글에 2억12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용자 동의 없이 무단 수집한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라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삭제 과정을 방통위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구글코리아 홈페이지에 시정조치 사실을 공표하게 했다.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인터넷 지도에 해당 지역 모습을 실제 사진으로 입체적으로 표시하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자동차로 서울과 부산, 경기 지역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와이파이로 오가는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수집된 것으로 밝혀졌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의 고유번호인 맥(MAC) 주소 60만건도 함께 수집됐다.
구글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했음에도 2억원 남짓의 과징금만 물린 것을 놓고 솜방망이 처벌이란 논란이 일었다. 정보통신망법은 개인정보 무단 수집에 대해 관련 매출의 1% 이하를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게 하고 있다. 방통위는 기준 과징금 1억9300만원에서 10%를 가중해 부과하는 데 그쳤다.
국내 여론은 따갑지만 동일한 사안에 가장 많은 벌금을 물린 독일이나 벨기에의 과징금이 2억원 안팎인 점도 고려됐다.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국민 불안이 크고, 구글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단 점도 과징금 책정에 작용했다. 검찰은 미국 본사 개발자 2명의 국내 소환을 요청했으나 구글이 협조하지 않아 사건은 작년 2월 기소중지된 상태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글로벌기업 본사에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최초 사례”라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는 경우 어떠한 예외도 없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2011년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애플과 함께 우리 정부로부터 과징금 300만원과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구글은 과징금을 납부할 계획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암호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실수로 수집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해당 담당자들은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사용되지도 열람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