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 업계가 사이버 범죄 예방에 힘을 모은다. 이사회를 구성해 보안 강화 대책을 논의하고 솔루션 개발 역량을 키워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연이은 데이터 유출에 따른 대응 전략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를 중심으로 유통 업계가 사이버 위협 대처와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200여 회원사로 구성된 RILA에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 9곳 등 주요 업체가 활동한다.
업계는 각 업체 경영진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조직해 사이버 위협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입법 담당자와 데이터 보호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을 논의한다. 은행과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회사를 비롯한 비용 지불 절차 전반에 걸친 업체와 관계 강화도 추진한다.
이사회는 보안 취약성이 높은 마그네틱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최신 칩 기반 카드로 교체하는 데도 앞장선다. 미국에서는 마그네틱 신용카드 교체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보안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샌디 케네디 RILA 회장은 “유통 업계가 해킹 방어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만 사이버 범죄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공격 방법도 점차 정교해진다”고 협력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보안 전문가는 유통 업계의 노력이 헛수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교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보안이 완벽한 지급결제 시스템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차드 보트닉 기업 보안 자문은 “유통 업계는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지만 쥐와 고양이의 게임처럼 결과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소매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유통업체 타깃에서 고객 개인정보 7000만건과 신용카드 정보 4000만건이 유출됐다.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에서는 110만명 고객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된 이후 2400명 카드가 부정 사용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