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취임]3만2000명 `공룡` KT, 몸집 줄이기 시작되나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이미 보고 받았다.”(KT 네트워크 장비 거래 기업 관계자)

“1월 실적에 따라 영업인력 800명을 구조조정한다는 엄포가 내려왔다더라.”(KT 영업 담당 직원)

황창규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KT에서는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이석채 회장 시절 낙하산 인사로 꼽힌 일부가 짐을 싸고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황 회장이 당장 임원진을 중심으로 방대한 인력의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대상과 규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해 12월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2009년 12월 명예퇴직을 받는 방식으로 시행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 6000여명의 직원 수를 줄였다. KT와 네트워크 장비 분야를 거래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이 전 회장 방식으로 직원 수 줄이기에 나선다면 고령의 네트워크 운영 유지보수 인력이 대상으로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영업인력 역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게 제기된다. 경쟁사 대비 극도로 부진했던 무선통신 분야와 점차 축소되는 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방대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유선통신 분야 영업 인력 모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지역 본부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KT 한 직원은 “황 회장이 영업을 담당하는 커스터머 부문에 `1월 실적을 평가 기준삼아 최대 800명까지 영업 인력을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T가 이 달 들어 가입자 유치 경쟁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는 것이다. 유선분야 인력은 시장이나 매출 기여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2만여명의 인력이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단행되더라도 당장 고위 임원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일반 직원은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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