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M OLED 투자가 시급한 이유

중국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투자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업까지 투자에 나설 정도다. 중국이 IT제품 무관세협정(ITA)에서도 OLED만큼은 관세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중국 정부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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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OLED 양산에는 시간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사리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중국의 투자에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만큼은 한국이 확실한 퍼스트 무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면적 시장에서는 50% 이상을 한국의 두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고 AM OLED도 삼성이 98%를 점유한 상황이었다. 세계 최초, 최고 타이틀은 삼성과 LG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가져간 것도 이제는 일상적이라고 할 정도의 위치다. 뒤쫓아 오는 패스트 팔로워가 있다는 것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지금 시장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은 포화됐는데 후발주자들의 공격은 거세다.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을 여는 것이다. 자동차·웨어러블이바이스 등 새로운 시장이라고 볼 만한 곳은 디자인 자유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OLED를 필요로 한다. 말은 쉽게 한다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시장을 관망할 때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업계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수익이 줄어들다보니 R&D에 쉽사리 투자도 못한다. 학계에서는 프로젝트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한 산업을 도와줄 명분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이상한 곳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기업 간 싸우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어이없게 그 사이 투자는 더뎌졌다. 현실이 어렵다고 미래까지 저당 잡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