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호 출범
비행기 운항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륙 직후인 이른바 `마의 3분`이다. 안전고도에 들어서기까지 모든 엔진을 풀가동하기 때문에 기기고장 위험이 높다.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회항이 불가능하다.
황창규 KT호가 우여곡절 끝에 27일 이륙한다. 통신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이 시기에 신임 회장을 맞은 KT도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향후 10년 성과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회장의 과제는 크게 △조직쇄신 △합리적 구조조정 △경영효율화로 요약된다. 모두 황 회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글로벌 1위로 키운 황 회장의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단적이고 결벽주의적인 경영스타일은 황 회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로 꼽힌다.
전직 삼성전자 임원은 “황 회장은 완벽주의를 넘어 결벽에 가까운 업무 스타일을 가진 인물”이라며 “모든 업무를 본인이 리드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상명하복 문화와 기업 로열티가 충만한 삼성전자를 벗어난 황 회장의 리더십이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KT에 뿌리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통신 비전문가인 황 회장이 단기 실적개선에만 매달리다가는 KT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경쟁사 관계자는 “통신시장은 규제, 대고객 서비스 이슈가 굉장히 많고 또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경영진과 현장, 곧 상하가 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KT 내·외부에서 혁신 요구가 거세다는 것은 황 회장에게 기회다. 강한 카리스마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통신사업과 융합사업 등 기존, 신규 비즈니스에서 장점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비즈니스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강력한 유선 인프라를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면 극심한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KT 협력사 사장은 “KT 내부에는 회사 인프라를 잘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많다”며 “놀고 있는 유선 인프라를 활용해 공공, 기업 등에서 신규 사업을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통신·비KT 출신인 황 회장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사업에서 전공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등 KT 외부 ICT 분야 전문가가 대거 수혈돼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작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ICT 사업을 위해 최근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해 연구개발(R&D) 등을 맡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직 KT 관계자는 “KT가 집중해야 할 본원적 경쟁력 확보, 미래 먹거리 등은 이미 대부분이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황 회장의 역할은 이를 가장 효율적, 전문적으로 실행할 적임자를 고르고 그들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열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