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휘어지는 메모리

올해 전자기기 화두는 깨지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에 화면의 좌우가 오목하게 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LG전자도 위와 아래로 휘어진 스마트폰 `G플렉스`를 내놓았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에서도 플렉시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CES 2014에서 삼성과 LG는 각각 85인치, 77인치짜리 `플렉시블 TV`를 선보였다. TV화면이 휘었다가 펴지고, 리모컨으로 휜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 투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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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최신 전자소재소자기술의 집약체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메모리 등 다른 부품도 휘어지는 상황에서 완벽히 동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에 맞춰 지난해 10월 구부리거나 매듭을 지어도 성능에 지장이 없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플렉시블 메모리 최초 개발

최근에는 `휘어지는 메모리`도 개발됐다. 기존에 휘어지는 메모리가 개발되긴 했지만, 메모리로서 데이터가 정확하게 저장되고 삭제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휘어지면서 정확한 데이터 처리능력을 가진 메모리는 최초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휘어지고 비틀어지는 탄소나노소재와 유기고분자복합체를 활용한 64비트 메모리 어레이 소자 구현에 성공했다.

주로 사용되는 메모리는 실리콘(Si)을 기반으로 한다. 딱딱한 무기물 소재가 휘는 성질을 가지려면 탄소(C)에 기반을 둔 유기 복합체로 메모리를 만들어야 한다. 플렉시블 메모리는 이런 유기 소재를 상온에서 일렬 구조로 쌓고 기판 위 원하는 장소에 소재를 위치시킬 수 있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메모리 소자 저장 용량을 크게 하려는 핵심 기술이지만 현재까지 구현된 적이 없다. 특히 휘어지는 기판 위에 실현하기에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았다. 이 특성을 가지면서 휘어지는 상황에서도 데이터 구동이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한쪽 방향으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별 메모리 소자를 격자 구조로 제작해 용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인접한 소자간 간섭이 일어났다. 데이터가 정확한 위치에서 저장되거나 삭제가 되지 않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메모리를 단순히 휘어지게 제작하는 것 외에 이런 간섭을 해결해 정확하게 구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기존 유기 메모리 소자는 대표적인 용액 공정인 스핀코팅(spin-coating) 방법으로 제작됐다. 이는 연속 공정에서 유기 다이오드 층(1D)과 유기메모리 층(1R)이 손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온공정에서 패턴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크로스링커(crosslinker) 제작 방법을 이용했다. 이 방법은 연속적인 층을 만드는 공정에서 유기 메모리 층과 유기다이오드 층이 서로 손상을 입히지 않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구부러지는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 기판에 적용할 수 있는 유기물 구조를 가지면서 64비트의 저장능력과 전원이 차단돼도 저장능력이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지금은 64비트…향후에는 2GB 등 큰 용량으로

플렉시블 메모리는 기존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소자의 기능이나 실리콘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 고속도, 고집적화, 다기능성에 부합하는 차세대 플렉시블 전자제품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웨어러블 손목시계나 글라스에서는 메모리가 구부러지지 않으면 활용할 수가 없다. 웨어러블 손목시계에 활용될 메모리는 손목이 움직일 때 같이 움직여야 소형 컴퓨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플렉시블 메모리는 이처럼 과학 기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산업적 활용도 매우 높다.

컴퓨터의 경우도 최초 개발 시 8비트 같은 작은 용량으로 시작했다. 플렉시블 메모리도 이제 시작이다. 개발된 64비트 메모리는 매우 작은 용량이지만 첫 걸음을 뗐다. 상용화가 가능하려면 2~4GB까지는 용량이 확보돼야 한다. KIST는 10년 이내에 테라바이트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태욱 KIST 박사는 “기존 구조의 유기 메모리 소자 연구의 최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휘어지는 전자소자 및 부품 연구에 광범위하게 기여할 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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