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T커머스, 차세대유통 vs 유사홈쇼핑

T커머스, 홈쇼핑과 뭐가 다른가?

TV방송을 이용한 쇼핑서비스인 T커머스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한 유사 홈쇼핑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차세대 유통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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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산업 진흥 측면에서 T커머스를 활성화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현재 2개 사업자가 T커머스에 뛰어든 가운데 올해 추가로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업들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T커머스가 사실상 소비자가 구분하기 힘든 유사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T커머스를 운영하는 KTH(스카이T쇼핑)·티브로드(아이디지털쇼핑) 등은 생방송 판매가 아닌 주문형비디오(VoD) 방송인데다 시청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들어가는 방식 등에서 독창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펴고 있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데이터방송 형태를 지향하는 T커머스가 동영상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고 사실상 쇼핑호스트를 등장시키는 등 TV홈쇼핑과 차별성이 없다”며 “홈쇼핑 미승인 사업자가 우회적 방법으로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홈쇼핑업계는 사용자인터페이스나 전화주문 방식 등 일반 소비자들이 T커머스를 기존 홈쇼핑으로 오인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T커머스를 홈쇼핑과 차별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T커머스의 경우 쇼핑호스트가 출연하거나 생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모델(큐레이터)이 제품을 설명하며 신체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화면에 노출하는 등의 변형된 방식으로 T커머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T커머스 업계는 데이터 송출 방식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서 일반 방송과의 차별성을 주장한다. 특히 일방향 방송을 보면서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카테고리를 찾아 들어가 필요한 상품 영상을 찾아보는 방식도 기존 홈쇼핑과 뚜렷한 차이라고 강조했다. T커머스는 실시간 판매가 아니라 녹화된 VoD로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홈쇼핑에서는 한시간 상품 위주의 편성을 하지만 T커머스는 소비자가 1300여종의 제품 가운데 필요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는 방식을 쓰고 있다.

KTH 관계자는 “TV시청 패턴이 본방송 위주에서 다시보기 등 개인 취향에 따라 골라 보는 형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IPTV 등을 통해 VoD 사용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T커머스의 VoD 쇼핑도 빠른 시간내 정착할 것이며, 이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요인”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상에는 텔레비전방송과 데이터방송이 구분돼 있다. 홈쇼핑은 텔레비전방송이고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이다. 데이터방송은 방송 채널을 이용해 데이터(문자, 숫자, 도형, 이미지 등)를 위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영상·음성·음향 및 이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방송프로그램 방송도 데이터방송의 정의에 포함돼 있다. 명확한 구분이 아니며 사람마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계는 동영상을 통해 T커머스가 유사홈쇼핑을 방송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T커머스 업계는 시대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영상 위주의 데이터 방송은 대세라며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방송 수익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 의무는 홈쇼핑과 T커머스가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기금 부담에서는 홈쇼핑이 영업이익의 13%, T커머스는 10%로 차이가 난다. 아직까지는 T커머스사업자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금을 납부한 사례는 없다.

T커머스 역시 홈쇼핑처럼 플랫폼 사업자에게 송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도 유사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KT 계열사인 KTH는 KT IP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통해서만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아이디지털쇼핑도 티브로드 망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내보내고 있는 단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T커머스를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쪽으로 기본 방향을 잡았다. 홈쇼핑과 서비스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접근이다. 하지만 2005년 T커머스 사업승인 이후 별다른 규정 변경이나 기술 진화에 맞춘 가이드라인 변경 등은 거의 없었다. 업계가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금의 T커머스를 차세대 서비스로 볼 것인지, 유사 홈쇼핑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향후 T커머스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미래부는 1분기 중 T커머스에 대한 새로운 진흥방안과 기존 홈쇼핑과의 구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술적 접근법에서 홈쇼핑과 T커머스가 차이가 난다지만, TV방송을 보면서 물건을 전화나 리모컨으로 구매한다는 점은 분명 유사성이 있다”며 “T커머스는 양방향성을 강화한 서비스와 데이터기반 추천 판매 등 차별성을 강화해야만 새로운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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