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SMS 암호화` 개척 주역, 이종일 벨소프트 대표

퀴즈 하나. 국내에 처음으로 휴대폰 소액 결제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벨소리 등 무선콘텐츠 시장이 만개하면서 한때 코스닥 문턱까지 갈 정도로 잘 나갔다. 딜로이트가 선정하는 `고속 성장 기업 50`에도 뽑혔다. 창업자 이종일 대표도 서울대 학생운동 경력과 맞물려 심심찮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바로 `인포허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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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벤처 붐 당시를 기억한다면 낯설지 않은 기업이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은 길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 무산, 인포허브 매각 후폭풍, 소액결제 특허 분쟁, 삼성 관련 기업 인수 등 굵직한 뉴스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뚝 끊겼다. 이 후 얼추 7년이 흘렀다.

벤처 1.5세대 격인 이종일 대표(50)가 컴백했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업체 `벨소프트`를 설립하고 와신상담 중이다. 이 대표는 “인포허브 때 채 이루지 못한 벤처 성공신화를 보여 주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회사 매각 후 e삼성이 운영하던 엠피온아시아를 인수하고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확실한 성공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열정 하나로 5년 가까이 죽기 살기로 매달렸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0년 후반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귀국했습니다. 중국 사업은 백일몽으로 끝났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중국 사업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본인 표현대로 거의 무일푼으로 귀국했다. DNA는 속일 수 없는 법일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백 기간은 길지 않았다. 다시 IT업계에 돌아올 지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워낙 아이템이 좋았다. 확신이 섰고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성공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직원 10명 안팎의 스타트업 `벨소프트`는 그렇게 출발했다. “벨소프트는 보안 소프트웨어업체입니다. 국내에 많은 업체가 있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시장에 접근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휴대폰으로 주고받는 인증 문자메시지(SMS)를 암호화하는 기술이 핵심입니다.”

이 대표가 주목한 건 신종 모바일 금융사기 `스미싱`이다. 스마트폰이 인증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의외로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미싱 방지를 위한 문자메시지 보안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관련 특허 출원도 끝마쳤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주민번호 대신에 휴대폰 인증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피처폰 시대에 발생하지 않았던 인증SMS를 탈취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날 것”이라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벨소프트가 선보인 SMS 시큐리티 서비스 `스마트 사인(Smart Sign)`은 쉽게 말해 SMS를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금융업체는 흔히 인증번호를 보낼 때 서버에서 인터넷망을 통해 앱으로 전달하는 `앱 푸시` 기반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비용이 싸지만 공개 망을 사용해 악성 앱과 해커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스마트 사인은 폐쇄적인 통신망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메시지 자체도 전송 구간에서 암호화돼 기존 서비스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 대표는 “미봉책 수준인 기존 도용 방지와 스미스 방지 서비스와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초기지만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당장 보안 사고에 민감한 금융과 통신업체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벨소프트는 이들 업체와 공동으로 서비스 구축을 시작했으며 조만간 이를 공개한다. 이 대표는 “성공 문턱에서 아쉽게 무너졌지만 인포허브와 중국에서 배운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며 “차별화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인포허브에서 이루지 못한 벤처신화를 벨소프트에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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