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술지주회사 유명무실 원인은
해외 대학도 기술 이전 조직을 두고 기초과학 사업화에 만전을 기한다.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은 특징이 있다. 미국은 대학창업 인프라만 제공할 뿐 직접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방관자`적 위치를 고수한다. 대학 내 조직 간 알력 다툼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은 대학창업으로 얻은 수익을 고스란히 투자금으로 다시 돌린다. 선순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싱가포르는 대학과 연구소 내 창업자와 담당 공무원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대학을 통한 기술사업화 성공 사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유타·MIT·브리엄영 대학 등 각 지역 대학에서 기술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창업으로 인한 고용 창출, 경제적 효과 등도 부각되고 있다. 배경에는 미국 대학 창업 정책인 `스타트업 Act 2.0` 법안이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1년 말 대학연구 사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표했다. 소득세 완화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첫해 소득분에 대해 100% 세금 면제, 2년차는 50%, 3년차부터는 전액 과세 대상으로 분류했다. 3년간 모든 수익은 고스란히 창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에 적극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MIT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대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연평균 약 20여개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만 수천억 달러 가치의 수익 창출과 수십만 개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처럼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내부적으로 교직원, 학생, 동문 등의 네트워크 조직을 통해 에코시스템을 활발히 했다.
지원 기관은 TLO, 기업가정신 센터, 학생클럽 등이 있지만 서로 지원하는 업무는 겹치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방관자적인 전략을 고수하며 직접적인 VC 기금도 마련하지 않았다. 주변 기술 클러스터로부터 다양한 인프라를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만 많은 대학들이 성급히 창업을 진행하면서 겪는 내부 조직 갈등과 이해자 간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피하게 해줬다.
창업 국가인 이스라엘은 어떨까. 정부 R&D 예산의 대부분이 대학펀드(2011년 기준 43.4%)에 들어간다. 기초 연구의 80%를 대학이 수행한다. 벤처창업 활성화 차원의 자금 지원 정책과 기술이전기관 등을 통해 대학에서 자발적인 창업이 발생하도록 독려한다. 히브리대학 기술이전센터인 예숨의 경우 설립 이후 7800건의 특허와 2200건의 발명, 570건의 라이선싱, 80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특히 연간 20억달러의 매출을 실현하고 있는데 이는 특허와 라이선싱 대비 기술 활용도가 높은 것을 반증한다. 이렇게 얻은 수익을 다시 대학 연구 자금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규모는 히브리대학 R&D자금의 30%에 이른다. 기술이전 수익 구조 자체가 대학의 R&D를 위해 선순환되는 체제로 되어 있어 긍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성공한 히브리 대학과 예숨 사이에 성공한 사회인사로 이뤄진 이사회가 존재한다. 비수익단체인 대학과 사업 중심적인 예숨이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사회 멤버들은 금융계, 대학, 창업 선배 등 예숨의 사업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자신의 재능과 능력, 물질을 나누는데 동참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스타트업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싱가포르도 대학이 창업전진기지로써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싱가포르는 대학 내 연구소에서 특히 기술 사업화가 활발한데 기술개발조직인 에이스타(A*STAR)가 통합적인 지식재산권 관리, 투자자 네트워크, 지속적인 정부부처 지원 등을 통해 시스템화한 지원 제도를 제공한다. 에이스타는 하부 14개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는데 연구원과 직원을 합치면 3200명 정도가 속해 있는 거대 조직이다.
특히 연구원 창업과 담당 공무원을 연결해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연구 개발과 사업화를 문제없이 연계할 수 있도록 독려해 연구원 창업자들이 개발과 사업화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