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버라이즌·AT&T 같은 통신 사업자가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으로 치면 KT가 네이버 서비스를 끊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 IT업계는 물론 시민단체도 들썩이면서 `망 중립성`을 중심에 둔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진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원칙이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누구든 평등하게 인터넷을 누릴 자유`를 대변하는 망 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가 내용·유형에 관계없이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10년 이후 `열린 인터넷(2010 Open Internet Order)` 정책으로 옹호해 왔지만 법원이 이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셈이다.
이 판결로 FCC를 상대로 소송을 낸 버라이즌은 승소했다. 버라이즌은 데이터 과부하를 일으키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서비스 인터넷 속도를 늦추거나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제재하는 FCC의 권한이 지나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버라이즌은 자사 네트워크 위에서 서비스되는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에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위한 과금을 요청 하거나 접속을 차단할 수 있길 바랐다.
언론·전문가·시민단체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영국 가디언은 “통신 사업자가 선호하는 웹사이트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경쟁사의 서비스를 막을 수도 있게 됐다”며 “망 중립성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도 “장기적으로 인터넷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라며 “망 중립성 이슈는 올해 인터넷 산업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촉각을 세웠다. 폭스뉴스는 소비자의 비용 부담 가능성을 거론하며 “`유튜브 동영상 한편을 보는 데 50센트?` 이제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당신이 보거나 방문하는 콘텐츠 유형별로 과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진영의 반론도 잇따랐다. 인터넷 정책 관련 싱크탱크인 오픈테크놀러지인스티튜트의 사라 모리스 선임 정책관은 “소비자가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지켜준 FCC의 열린 인터넷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며 “누군가 우려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 단체 반발도 거셌다. 바바라 스트리플링 미국 도서관협회 대표는 “인터넷의 근본적 속성인 `개방`을 뒤흔들어 미국인 일상을 해칠 것”이라며 “상업적 기업이 합법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끊을 수 있게 돼 사용자를 이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비난했다.
FCC는 항소할 계획이다. 톰 휠러 FCC 의장은 “인터넷이 `혁신`과 `표현`을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플랫폼이어야 하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호소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