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동의의결이 규제 개혁의 디딤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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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다음의 동의의결을 확정함에 따라 자진 개선안 실행에 들어갔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합리적 방법을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일정한 부문에서나마 정부와 산업계가 협의해 갈등 해소책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번 사례는 우리나라에 `동의의결`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 적용되는 것이다. 공정한 경제 질서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어 이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비록 동의의결이 정부의 법적인 강요에 의해 추진되지만 산업 현장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부분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자구책을 만들 여지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한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인터넷을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이 같은 방향이 수립됐다.

그러나 생태계는 `자율`이라는 바탕 위에서 성장이 가능하다. 단어 의미처럼 외부의 힘에 의해 재단되기보다 독립적으로 발생한 개체들이 서로 어울려 자율적으로 성장해가는 상태다. 인터넷업계가 줄곧 자율 규제를 요구하는 이유기도 하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려면 자율적 바탕 위에서 내재적 경쟁으로 질서가 짜여야 바람직하다.

자율규제는 사회가 인정하는 틀 안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공감 아래 성립된다. 정부는 산업계가 자율적 규제를 행하려하는 동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산업계는 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호응하면서 현장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강성 규제보다 자율 규제가 실질적 해결책 마련에 더 적합해 사회 호응도가 높을 수 있다. 인터넷과 같이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산업계는 자율 규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인터넷 포털 규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 이용자들이 포털에 규제를 가하고 법적 소송을 벌이는 일이 지속돼 왔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거나 `CP(콘텐츠제공업자)에 불공정한 계약을 했다` `이용자 권익보호에 소홀했다` 등의 주장과 갈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부의 행정조치도 있었고 법원 판결도 있었다.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일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혁신적 기술 개발에 의해 인터넷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급격히 커졌지만 법제도는 이를 따라 가지 못해 현실적 제어력을 상실하고 있다. 연장선에서 예측한다면 미래에는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서비스와 이로 인한 또 다른 갈등이 계속될 것이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를 시작하면서 “인터넷과 같은 혁신 시장에서 신속한 경쟁질서가 회복되려면 동의의결 절차가 보다 타당하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대한 그간의 법적 대응이 원활치 않았다는 학습에서 비롯된 발언이었을 것이다. 혁신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행정의 신속성을 상실했다는 고백일 것이다. 그런 만큼 동의의결이란 제도 적용이 신선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번 결정이 한 건하고 지나가는 공정위의 자축 이벤트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효율적인 인터넷 규제를 위해 더욱 전향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자각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업계의 자발적인 규제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인해 인터넷 자율규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이런 노력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는 날까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이번 경험이 그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

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jcpark@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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