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토덴코는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향유했던 투명전극필름(ITO) 가격을 지난해말 절반 가까이 내렸다. 한국 업체들이 ITO 필름을 국산화하거나 대체 소재를 앞다퉈 내놓고 있는 가운데 시장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전략은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ITO 필름을 뺀 커버유리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중심 전략을 수정해 다시 필름을 2장 쓰는 필름전극방식(GFF)으로 선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닛토덴코가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의 저환율 정책도 숨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현상은 올해 들어 더 심화됐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한국 기업들이다. 일본 발광다이오드(LED) 형광등 시장 1위 공급업체 사장은 “엔저 때문에 연초부터 비상이 걸렸다”며 “일본 내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원가 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LED 조명 투자가 가장 활발한 일본이지만 현지 업체들에 밀려날 판”이라고 전했다.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다른 소재·부품·완제품도 같은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엔화 약세가 계속 될 때 한국산 기계류는 15%, 자동차는 8%, 철강은 5% 가량씩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발표를 내놨다.
자연스럽게 대일 수출도 적색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일 수출액은 지난해 1월 35억1900만달러를 기록한 후 지난해 11월까지 20억달러대에 머물렀다. 일본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가공 무역도 타격을 입었다. 수입·수출 모두 감소했다.
가격 경쟁력 강화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한편 강력한 제조업 유(U)턴 정책을 펼치면서 일본 기업들도 자국 내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40.69%에서 38.01%로 인하했고 오는 2015년 35.64%로 낮출 방침이다. 공장 입지 제한 규제도 폐지하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편다.
기업들도 화답했다. 샤프·파나소닉 등이 해외 공장 축소와 함께 일본 내 공장 생산 확대를 발표했다. 닛산 등 자동차 업체도 중국 생산량을 줄이고 일본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