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 마이 립스(Read my lips)`라는 말이 있다. 내 입술을 읽어달라는, 본심을 알아달라는 말이다. 1988년 미국 공화당 조지 부시 대선 후보가 한 말로 한동안 우리나라에도 회자됐다. 당시 부시는 대선 유세 중 “증세는 없다”고 누차 말했지만 사람들이 믿지 않자 이 말을 했다.
최근 관가를 강타한 총리실 1급 인사 태풍을 보며 이 말이 떠올랐다. 총리실은 새해 벽두부터 1급 실장 10명에게서 사표를 받아 관가를 들쑤셔 놓았다. 타 부처로 인사 태풍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각은 없다”고 공언하자 관가 인사설은 쑥 들어갔다. 그러던 차에 총리실이 지난 8일 1급 5명을 전격 교체했다. 관가 인사설이 다시 불거졌다. 행여 대통령에 누가 될까 총리실은 “다른 뜻이 없다”며 해명하기 바빴다. 내부에 인사 요인이 생겨 교체 한 것이지 다른 부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 총리실이 인사와 관련해 해명을 한 게 두세 번 된다. 지난주에는 정홍원 총리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회의 안건과 관련 없는 총리실 인사를 다시 거론하며 “다른 부처와 상관없으니 각 부처 장관과 공직자들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정 총리는 경제관계회의에서도 비슷한 해명을 했다.
정 총리뿐 아니라 김동연 국무조정실장도 최근 출입기자와 오찬을 함께 하며 총리실 인사 해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역시 아무런 의도가 없으니 확대해석을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총리와 국무조정실장 모두 `리드 마이 립스`를 외친 것이다. 그럼에도 관가는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요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리드 마이 립스`는 그만큼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전국취재(세종)부장=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