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미지의 세계로 도전하려는 학생들에게
중학생이었을 때 과학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까지도 우주를 연구하는 우주과학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아직 본인의 적성을 잘 모르겠다고 해도 그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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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고 누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항상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있게 마련이죠. 그건 지금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가보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것보단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백배 낫다고 봅니다. 그렇게 늘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남들이 어렵겠다 생각하고 망설이는 길을 선택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제가 돼 있었습니다.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
사실 초등학교 내내 그리고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문과가 적성인지, 이과가 적성인지도 잘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심지어 영어 성적도 좋아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서 외교관이 되어볼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인디아나 존스 같은 멋있는 고고학자도 되어보고 싶습니다.
이과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여수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실을 다니면서부터죠. `내가 모르던 미지의 세계가 이렇게나 심오하게 존재하고 있구나` 그동안 오만했던 마음이 좀 겸손해지면서 뭔지 모를 도전의식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과학영재교실에서 물리, 수학, 화학, 생물 등을 중학교 수준이 아닌 고등학교 수준으로 심화해서 가르치는 일종의 선행학습을 교육청에서 시킨 셈입니다. 이게 계기가 돼 중 3때 과학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사실 가정 형편이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라 중학교 때까지 공교육 외의 사교육이라고는 받아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선행학습을 국가에서 알아서 척척 공짜로 시켜주어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까지는 학교에서 급식을 주지 않던 때라 도시락을 점심, 저녁 두 개씩 싸야 했습니다. 학교 책과 과학영재교실 책을 양쪽 어깨가 내려앉을 정도로 무겁게 들고 다녔어야 했죠. 아마 그때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가장 밑바탕의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고를 갈까 과고를 갈까, 안전하게 그냥 일반고를 가야 하나 고민했던 중학교 때 과학영재교실 체험을 계기로 과학고등학교로 급선회했던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과학탐구교실과 같은 체험학습을 많이 해보는 편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많이 해보면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재미있어하는지 파악하는 일이 조금은 쉬울 수도 있으니까요.
이과 쪽인지 문과 쪽인지 내 적성에 확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사람의 적성은 개발하는 쪽으로 개발되게 마련이다`라고 말씀해주신 영재교실 수학 선생님의 조언에 힘을 얻어서였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고 개발하면 잘하게 되는 겁니다. 좋아하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란 책에서 “아코모다도르”라는 말이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과녁을 한번에 맞추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화살이 되고 활이 되고 목표점이 될 때까지 수백 수천 번을 다시 쏘겠다는 의지입니다. 어떤 일을 처음부터 잘하는 천재적인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피땀 어린 노력과 인내로 값진 결과를 얻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니까,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다`라는 자기 최면도 용기를 내기에는 적당히 필요합니다.
`이과로 정해놓고 열심히 하면 이과에서도 잘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과학고 진학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과학고에서의 내 생활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고등학교에서의 2년이 생애 전체에서 가장 빛나던 황금기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From.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제공:WISET 한국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지원 전문기관
(www.wis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