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의 나라 미얀마가 깊은 잠에서 깨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군부 통치가 민정으로 전환되면서 미얀마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6000만명이 넘는 인구와 풍부한 천연 자원은 미얀마가 가진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약 3.5배에 달하는 국토에 천연가스·석유 등 에너지 자원과 구리·아연·주석·텅스텐·니켈·납 등 광물 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미얀마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17조ft³, 원유 매장량은 32억 배럴로 추정된다.
미얀마는 거대 소비 시장인 중국·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생산 기지로 매력적인 곳이다. 동서남아를 잇는 물류 기지로서 잠재성도 크다. 미얀마는 중국 본토와 인도양을 직접 연결하는 도로와 항만 개설에 나섰고, 중국-미얀마-인도와 태국-미얀마-인도 도로망을 건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집중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면 역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고, 회원국간 도로·철도 인프라도 확충된다.
저임금과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해 노동집약적 투자지로도 적격이다. 미얀마 생산직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90~110달러 수준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60~70% 수준이다. 다만 중간관리자 임금은 최근 급상승해 월 600달러에 육박했다. 미얀마에서는 대학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중간 관리자에 적합한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식인들의 반정부 시위를 우려해 지난 1998년 이후 대학을 점진적으로 폐쇄해 왔다. 지금도 대부분의 대학이 원거리 교육을 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현재 미얀마 내 산업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미얀마 용수 가격은 베트남의 2.6배, 공장 용지 임차료는 베트남의 1.4배에 이른다. 산업용 전기료도 베트남의 2.1배 수준이다. 베트남의 전기 보급률은 98%에 달하지만, 미얀마는 26% 수준에 불과하다. 단전이 잦아 자체 발전 시설 없이는 제조업이 불가능하다.
현지 진출 업체 관계자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인해 양곤시조차도 하루에 단전이 수차례 발생한다”며 “국가 산업단지도 사실상 8시간 이상 전기를 공급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류의 기본인 도로와 철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양곤 이외의 지역은 투자시 물류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미얀마의 도로는 베트남의 11% 수준에 불과해 육로 유통 여건이 아주 나쁘다. 항구도 5개 밖에 없는데다 심해항이 아니어서 대형 선박의 접안이 불가능하다.
공공 부문의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정부 운영 체계도 허술하다. 미얀마에 진출한 외국인과 외자기업은 내국인과 달리 달러화로 전기·통신·수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 현지인보다 50~70배에 달하는 차별적 요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외화를 불법 유출한다는 이유로 외국 무역법인의 신규 등록 및 갱신을 허가하지 않는 등 외국인 차별 정책도 여전하다. 우리나라와 미얀마는 투자보장협정을 아직 맺지 않았다. 미얀마가 대외 송금을 보장하고 있지만, 절차 및 서류가 매우 복잡해 내국민과 동등한 대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과 문화적·역사적 유사성이 많고, 한류로 우호적 감정이 상당한 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미얀마는 몽고 반점으로 대표되는 북방계 DNA를 갖고 있다. 언어도 한국어와 유사한 티베트·미얀마어계로 우리와 어순이 같고 조사도 사용한다. 중국·인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몽고·영국·일본의 식민지 경험과 49년간 이어진 군부 통치 아픔을 갖고 있다.
동남아시아 한 전문가는 “미얀마 군부 지도층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한국에 매우 친근한 감정을 갖고 있다”며 “군부는 한국의 산업발전 모델을 선호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데 직간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