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게임 룰을 바꿨다]<2>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중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세계 사업장·소비자와 연결하겠다.”

인터넷 조차 흔치 않던 시절 `컴맹` 젊은이 마윈이 꾼 꿈이다. 꿈을 이룬 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를 일궈냈고 중국의 문은 세계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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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이베이와 아마존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거래가 일어나는 굴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국민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고 전체 물품 배송의 70%가 알리바바에서 나오며 80%의 전자상거래가 알리바바를 거친다.

인터넷 창업가 시대를 열겠다던 왜소한 체격의 젊은이는 끝내 목표를 이뤘다. 그리고 지난해 14년여 간 걸어온 최고경영자(CEO) 자리서 퇴임 후 새로운 길을 향했다.

◇인터넷의 `대부`가 된 컴맹=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을 `2013년 올해의 인물`로 꼽으며 치열한 창업가 정신을 가진 `인터넷의 대부(Godfather of Internet)`라 칭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벤처 신화를 이뤘지만 그는 사실 스스로를 IT 문외한이라 할 정도의 컴맹이었다. 마 회장의 유년기를 묘사한 많은 자료는 `열등생이지만 싸움 잘하는 의리있는 아이`였을 뿐이라고 전한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목표를 향한 강한 집념이다. 똑똑한 머리, 멋진 외모, 부유한 환경이 아니었다.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와는 시작부터 다른 동양형 창업가라 불리는 이유다. 대학에도 두 차례나 낙방한 그는 삼수 끝에 정원 미달 학과에 겨우 들어간 시골 마을 영어 교사였다.

그가 가진 것은 미래를 보는 눈이었다. 창업을 결심한 이후 우연히 조악한 수준의 인터넷을 접한 그는 세계의 정보를 연결하는 인터넷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꿰뚫어 봤다. 1995년 중국 최초의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이후 몇 차례 실패도 겪었다.

그는 1999년 드넓은 중국에 퍼져있는 중소·중견 기업과 무수한 소상공인을 전 세계 기업·소비자와 연결하는 `중국형` B2B 전자상거래 모델을 그렸다. 이것이 알리바바 시초다. 그해 깡마르고 작은 체구의 마윈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17명의 동료와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이른바 `18나한` 이다.

◇세상을 바꾼 `미친 열정` 리더십=알리바바 창업은 15%의 대기업이 아닌 85%의 중소기업을 위한 B2B 장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시작했다. 한국에서 그랬듯 중국에서 `이취`를 인수한 이베이는 강적이었다. 알리바바는 중소 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무료 정책과 정보 무료 등록을 고집했고 신용할 수 있는 전자결제·상거래 모델을 만들었다. 무료를 주장하는 마 회장을 많은 동료와 전문가는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포브스가 그를 “나폴레옹처럼 작은 체구에 나폴레옹 같은 포부를 품은 사나이”라 묘사한 이유다.

결과는 마 회장의 압승이었다. 급속히 성장한 알리바바에 이어 2000년대 후반 C2C(소비자 대 소비자) 거래 장터 타오바오닷컴은 이베이를 몰아냈다.

결정적으로 B2B 모델 알리바바와 C2C 모델 타오바오닷컴을 결합한 `B2B2C` 모델을 창안했다. 기업회원과 개인회원 정보를 결합하고 B2B와 B2C 구분을 없앴다. 대기업·중소기업 제품의 생산·유통과 기업·소비자 회원 판매가 서로 융합한 신개념 전자상거래 모델이었다.

간판조차 없는 중국의 숱한 중소기업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참여시키고 그렇게 꿈꾸던 인터넷 창업가 시대를 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다시 `사람`을 향하다=뾰족히 잘난 데 없던 마 회장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진정성 때문이다. 18나한이라 불리던 절친 동료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알리바바 곳곳의 고위 임원으로 곁을 지킨다. 예일대학을 나와 인베스트AB에서 수만달러 월급을 받던 차이충신을 비롯해 더 나은 직장과 조건을 포기하고 마 회장을 따른 많은 수재가 그가 보여준 진실한 믿음과 우정, 행복한 비전을 택했다.

유일한 장점인 영어 실력도 빛을 발했다. 진심이 담긴 웅변은 어디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생전 처음 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6분 만에 사로잡은 프리젠테이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손 회장이 결정한 2000만 달러(약 213억원) 투자는 알리바바의 성장에 결정적 날개를 달아줬다.

장사꾼 보다 기업가가 되겠다고 한 그는 지금 다시 사람을 향했다. 중국의 `푸른 하늘`을 되찾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그의 글이 잘 말해준다. 글에서 마 회장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커오는 동안 물은 먹을 수 없게 되고 음식은 불량해졌으며 우유는 독소로 가득찼다”며 “태양을 거의 잘 보지 못할 정도로 도시 공기는 오염됐다”고 밝혔다.

공급망(Supply Chain) 물류 사업에 나선 그는 “알리바바는 중소기업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단순한 미션으로 시작했다”며 “다음 도전은 중국 사람이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한 돈벌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1964년 중국 항저우 출생

-1995년 중국 최초 인터넷 기업 `하이바오넷` 창업

-1999년 알리바바 창업

-2000년 중국 기업가 최초 美 포브스 표지모델

-2012년 美 포천이 선정한 중국 영향력있는 기업가 8위

-2013년 英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인물`

-2013년 알리바바 CEO 퇴임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