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부 장관 작심발언 "열정없는 연구자 보따리 싸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찾아 “출연연이 변할 마지막 기회”라며 35분간 이례적으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최 장관은 ETRI 김흥남 원장과 소장급 7명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에서 “지난해 출연연기관장들에 변해야 산다고 하소연 하고, 읍소도 하고, 겁도 줬지만 전혀 변하질 않았다”며 “앞으로는 강력하게 이끌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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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 데드라인을 정해 변화를 요구했지만, 따라주지 않아 스스로 밀고 가게 됐다”며 “ETRI가 연구원에 직접 얘기하는 첫 케이스”라고 말했다. 기관장에 얘기해도 안 되니 직접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

최 장관은 “지난해 5월 박 대통령께서 `출연연에는 이공계의 대표적인 석학들이 많은데, 왜 외부에서 실망스런 얘기를 하느냐`길래 변명도 하며 7~8개월가량을 기다려 봤지만 크게 반응이 없었다”며 “이제는 피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해 후속 액션이 있음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출연연에 대한 최 장관의 질타는 패널토론 시간 내내 이어졌다.

최 장관은 “출연연이 국민 세금 4조원을 쓰는데, 복지에서는 세금 4조원 때문에 난리”라며 “국민들에게 4조원을 활용해 얼마의 부가가치를 만들었다고 말할텐가. 대단한 성과가 뭐가 있냐”며 질책했다.

“출연연이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이유도 없다”는 말도 꺼냈다. “`출연연이 아무 성과가 없어도 대한민국 영향 받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도 나온다”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 장관은 “출연연이 없어도 대한민국에 아무 영향이 없는데, 거기에 왜 4조원씩 투자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며 “다 바꿀 것”을 주문했다.

최 장관은 “무엇을 할 것인지는 여러분이 정하라”며 연구소 담벼락도 모두 걷어낼 것을 요청했다.

출연연이 기초·원천연구를 하길 원한다면 하되, 과학기술논문색인(SCI)수준의 임팩트 팩터가 엄청나게 클 것, 사이언스나 네이처·셀 등 내로라하는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응용부문은 산업화가 얼마나 됐는지를 따지겠다는 얘기도 꺼내놨다. 적당히 데모하고 논문 몇 편으로 평가받던 일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최 장관은 “그 정도를 이룰 열정이 없으면 연구자가 아니니, 보따리 싸가지고 가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도 내놨다.

최 장관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 장관은 취임 초 일방적으로 출연연 입장만을 대변해 `출연연 사랑`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최 장관은 “출연연이 1970~1980년대 중화학공업 이름표를 세우는 데 역할을 해왔고,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제 출연연이 잘못하면 출연연 다녔다는 것이 불명예가 될 수 있다”며 “마지막 기회로 봐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 장관은 이와 함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별로 지자체와 상공회의소, 대학, 기업, 특구 등 유관기관 등이 모두 나서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계획을 세우고 만들어갈 것”이라며 “정부는 지역별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장관은 이날 ETRI 방문에 앞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연구개발특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한편 감사원은 최근 출연연 경영부문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구정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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