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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 등 아세안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제조업체들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피해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물류 등 여러 측면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는 오는 13일 방콕 시내 20곳에서 잉락 칭나왓 태국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가두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태국 경제계는 오는 13일 예정된 `방콕 셧다운`에 앞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주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상공회의소·태국은행연합·태국기업연합 등 재계 단체는 반정부 시위 대책 회의를 열고 회원사들에 위기관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태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주재원들의 외부 활동을 자제시키고,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으로 미치는 피해는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지면 기업 활동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들도 태국 반정부 시위에 따른 자국민 보호 대책을 마련 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민의 방콕 여행 시 안전을 당부했고, 싱가포르 항공은 방콕 셧다운에 대비해 오는 1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방콕행 항공편을 전부 취소했다.
태국 에너지부는 휘발유·LPG 등 연료 공급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시위 지역에 설치된 91개 주유소에 연료 사전 확보, 감시 카메라 설치 등을 권고했다. 태국증권거래소(SET)는 13일에 대비해 증권사들에 예비 컴퓨터시스템과 인력 확보를 주문했다.
캄보디아에서도 2주간 노동 파업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월 최저 임금을 100달러에서 160달러로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정부가 강제 진압에 나섰다. 우리 기업은 캄보디아 반정부 시위가 외국 기업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업체 한 관계자는 “주재원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작업자들의 불만 사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쁜 편은 아니어서 당장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기업 단체는 이번 파업 사태로 2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7500만달러 상당의 자산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파업 사태가 이어지면 캄보디아 내 제품 주문량은 20~3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