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창조경제 첫 걸음, 지식재산 가치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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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질이나 쌀을 화폐로 쓰던 때가 있었다. 비단과 같은 천도 다른 물건과 교환할 때 가치의 기준이 되는 물품, 즉 돈으로 쓰였다. 최근에는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주목을 받으며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치는 변동 폭이 크고 해킹에 취약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가치 책정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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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유진 F 파마, 라르스 피터 한센 시카고대학 교수, 로버트 J 실러 예일대학 교수의 연구 과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각자 연구를 함으로써 측정하기 어려운 금융 자산의 가격을 더욱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흥미로운 점은 `효율적 시장`을 주장한 파마 교수와 `비이성적인 투자자`를 이야기한 실러 교수가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학자였지만 이례적으로 공동 수상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치 평가와 가격 결정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

금융자산 가치평가는 중요성과 난해함 때문에 학자들의 연구로만 간단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새로운 금융 수요가 생겨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가치 평가로 인정받기까지는 금융 기관과 가치 평가기관, 정부부처 등 다양한 기관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한민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존 금융 범위를 확장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식재산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정목표 중 하나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 주도로 지식재산 평가기관을 육성하고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지식재산 금융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현 기술가치 평가체제 아래서는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기술의 이전·거래·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 또 그로 인해 무형의 지식재산을 매개로 한 금융권의 자본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식재산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즉 어느 한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주요 기술가치평가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 기술보증기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은 지식재산·기술 가치평가 신뢰도 제고방안 후속조치로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식재산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시장이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술가치평가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 협약으로 평가 및 거래 준거정보 데이터베이스(DB) 통합·공유 및 신규 정보 획득을 위한 상호 협력이 이뤄질 기대된다.

금융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과 기업이 상상을 실현하고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제도와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발명진흥회가 추진 중인 기술거래·시장 DB 구축, 금융기관과 연계한 기술가치 평가 등으로 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창조금융 생태계의 조성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지식재산금융의 성과물이 쌓이고 그 결과가 다수의 기관과 공유된다면 이를 통해 축적된 신뢰도를 바탕으로 지식재산 금융시장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될 것이라 기대된다.

김철호 KAIST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 책임교수 chulhokim19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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