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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에게 `2년차 증후군(Sophomore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데뷔와 함께 1년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신인이 다음 시즌엔 시들해 진다는 것이다. 신인 시절의 행운과 조건이 계속 이어지기 어렵고, 그러다 보면 평소 실력이 나와 성적이 전년에 비해 떨어진다.
정치에도 `집권 2년차 증후군`이란 말이 쓰인다.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는 등 자신감을 보이던 대통령이 2년차부터는 기자 회견보다는 일방적인 연설을 선호하는 현상을 말한다. 언론이 대통령이 한 일을 제대로 보도하기 보다는 잘못한 일만 골라서 비판한다고 느끼게 되면서 언론을 기피한다. 언론보다는 국민에게 자신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찾게 된다.
스포츠와 정치에서 말하는 2년차 증후군의 상세한 의미는 다르지만 초심이 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1년차에는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간 뿌듯함으로 사명감 때문에 평소 실력 이상을 발휘한다. 그러나 2년차가 되면 긴장감도 누그러지고, 조금이라도 못하면 비판여론이 쏟아지니 위축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2년차 구상을 밝혔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이었다. 1년차에 의욕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역대 대통령과 다른 패턴이었다. 이 때문에 `불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대통령이 첫 기자회견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 목마름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불통만 확인한 기자회견이라는 평가절하도 있다. 첫 기자회견이니만큼 기대가 컸던 청와대로서는 이 같은 비판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원망이 집권 2년차 증후군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진행될 수는 없다. 지난 1년 공과 실을 냉철하게 평가한 후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과학벤처부 차장=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