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중국-③터져나오는 직원 관리 문제

상하이 인근에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는 A사는 최근 아찔한 사건을 겪었다. 중국인 중간관리인이 작업 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혼내자 망신당한 직원은 조직 폭력배에 동원해 관리자를 폭행했다. 칼로 머리를 내리치자 손으로 막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일이 벌어졌다. 멘쯔(面子, 체면)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혼이 나면 보복을 해서라도 자신의 멘쯔를 세운다고 한다. 이를 모르고 한국처럼 면전에서, 공개된 자리에서 직원들을 꾸짖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는 중국 현지에서 흔하게 떠돈다.

B사 역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주말을 지내고 회사에 출근한 직원들은 만들어 놓은 부품 수십 상자가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CCTV를 확인해보니 생산직원 C씨가 공장에 트럭을 대놓고 상자를 싣고 있는 영상이 또렷하게 찍혔다. 하지만 이미 트럭도, C씨도 사라지고 없었다. B사 법인장은 즉시 공안(경찰)에 신고했지만 다른 성(省)으로 도망간 것 같다는 얘기만 들었다. 수사 의지도, 범인을 잡으려는 노력도 없어 보였다. “어쨌든 중국 내에 물건이 있으니 중국 인민들로서는 손해가 없다”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 공안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관련된 사건이라고 유독 소홀하게 다루는 건 아니다. 절도·강도·폭행 사건은 워낙 빈번하게 일어나고,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공안 인력을 현재의 2~3배로 늘려도 모자란다. 알아서 조심하고 평소에 직원들을 잘 단속해야 한다.

직원들이 한 두번 조직 폭력배와 얽히다 보면 회사에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D사는 직원간 다툼이 생겼는데, 서로 청부 폭력을 의뢰했다. 그런데 조폭끼리 다투다가 회사로 불똥이 튀었다. 수시로 회사로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주지 않으면 집기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지역 사회에 봉사를 하면서 지역 유지들과 관시를 잘 맺어놨던 게 도움이 됐다. D사 법인장은 “다행히 지역 당국에 전화를 하니 바로 해결을 해줬다”며 “중국식으로 생각하고 현지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는 게 가장 낫다”고 말했다.

노동법 관련 규정도 잘 지켜야 한다. 한국과 달리 중국 직원들은 해고를 당하거나 월급이 하루라도 밀리면 바로 노동 당국에 신고를 한다. 최저 임금, 5대 보험 규정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회사가 어렵다고 사정을 봐주는 일은 없다.


상하이(중국)=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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