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승 광둥성 후이저우 부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한국을 세번 다녀갔다. 약 2박3일 일정으로 그가 만난 사람들은 삼성·LG·한화 등 국내 제조업 관련 대기업들이다. IT 업체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시와는 국제자매도시 결연 계약을 맺기도 했다.
후이저우시는 중국에서도 일찌감치 개혁·개방이 추진된 도시 중 하나다. 지난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 정책 직후 삼성전자·LG전자가 각각 제조기지를 설립해 진출하는 등 국내 제조 기업들의 러시를 이뤘다. 지금은 약 500개 해외 기업이 지사를 두고 있는 도시로 발전했다.
하지만 왕 부시장의 발걸음은 예전보다 빨라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업체들이 20여년 전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제조 기지를 옮겼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등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정부 정책, 대외 영향력, 물가, 글로벌 기업의 수익성이 맞물려 있다. 빈부격차와 사회 불만을 없애려는 중국 정부는 점점 최저 임금을 높이고 있고, 어느새 미국과 더불어 국내총생산(GDP) 기준 `G2` 국가로 올라선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 노릇만 할 수는 없다. 부가 축적되면서 물가도 오르고 글로벌 기업 역시 이 지역에서 물건을 생산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예전보다 떨어진다.
후이저우시는 최근 불기 시작한 탈(脫) 후이저우 바람을 산업 구조 변화로 만회하기로 했다. 왕 부시장은 “내년부터 한·중 과학기술공단을 구축해 연구개발(R&D), 테스트, 제조를 잇는 첨단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의 첨단 기술 기업을 후이저우시로 유치하기 위해 사전 준비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항구가 있고 홍콩까지 고속철도가 깔려 원자재 조달에서 제품 출하까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인재가 많아 첨단 산업을 영위하기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광둥성 내 선전시에 비해 인건비도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후이저우시가 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확실한 건 예전과 같이 값싼 노동력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단순 제조업으로는 부동산 임대료나 관세 등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예전처럼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세제 혜택 보다는 지역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물류 지원을 해주는 등 인프라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