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 총서기와 우호적인 관계를 잘 맺어 왔는데 신임 총서기가 오고 난 후 교류가 없어 큰일입니다.”
중국에서 만난 한국 대기업 A사 지사는 최근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왕양의 후임인 후춘화 총서기와 인맥이 없는 탓이다.
기존 관시(關係) 시절에 이런 저런 투자유치 계약을 맺고 급속도로 가까워졌는데 신임 총서기 부임 후에는 투자 계획이 일절 없다. 업적을 세워줄만한 거리를 찾기 위한 현지 법인장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임 총서기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몰라 섣불리 접근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마침 지역 해관(海洋) 임직원을 마주쳤다. 30분가량 법인장과 실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갔다. 해관장도 바뀌고 해서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해관은 한국으로 따지면 통관과 관세를 담당하는 부서다. 대기업 지사가 지역에서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에서 방문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공무원이나 공산당 간부와 관시를 잘 맺으면 안 될 일도 되고, 밉보이면 될 일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관시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로 오면서 광둥성 지역 시마다 관시도 많이 바뀌었다. 한 업체 지사장은 “시진핑 이후 원칙적인 일처리가 강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홍파오(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선물하는 것)` 만으로는 급한 부탁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칙대로`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말에도 급한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수출을 해야 하는데 해관은 휴일이다. 물건이 부두나 공항에 묶여버리는 걸 방지하려면 원칙도 예외가 필요하다. 새로운 해관장과 주말 통관 업무를 지원받는 문제를 놓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 각종 투자정책 때문에 거둬들이는 세금이 늘어야 하기 때문에 세무조사도 예전보다 부쩍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관시는 영원한 숙제다.
광저우(중국)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