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 업체 오포(OPPO)가 출시한 프리미엄 폰 `N1`을 살펴보니 5.9인치 화면에 깔끔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3498위안(약 60만6067원)으로 국내 갤럭시S 시리즈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아이폰·갤럭시S와 더불어 식당에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자랑하는 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화창베이 시장을 함께 둘러 본 김경만 엠씨넥스 선전지사 차장의 설명이다.
화창베이 시장은 2~3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른바 `짝퉁폰`이 버젓이 팔리고, 디자인하우스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이 현장에서 휴대폰을 제조한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각축장이 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애플 외에 화웨이, 비보(VIVO), 대만 HTC와 유사한 로고를 사용하는 THL 등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1층 쇼윈도를 차지하고 있다. 종업원들도 같은 색깔 옷을 맞춰 입고 제품 홍보를 하는 게 제법 익숙한 듯하다. 한국인은 모르는 중국 현지 업체들도 꽤 수준급의 스마트폰을 전시해놨다. 외관만으로는 중국 제품이나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이나 차이 없어 보인다.
깔끔한 매장들을 지나 밀수품을 구할 수 있다는 건물로 들어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수백평 규모 건물 한 층에 사람이 빼곡 차 있다. 2~3명씩 앉은 부스마다 제각기 가격표를 걸어놨다. 매일매일 제품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은 유동적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애플 제품은 물론이고 중국 선전 지역에서 직접 판매하지 않는 LG전자 `G2` 스마트폰까지 진열돼 있다. “어디서 온 제품들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홍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패드 미니 와이파이 버전 16G 제품이 2960위안(약 51만7289원)으로 중국 시판 제품에 비해 약 100~200위안 싸게 살 수 있다. “AS는 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다, 보증한다”던 판매상에게 200위안 더 깎아 달라고 흥정을 해봤다. “안 판다”면서 손사레를 친다. 이제는 턱도 없는 가격을 부르고, 그걸 깎기 위해 흥정하는 풍경도 거의 사라진 듯하다. 건물 안에는 스마트 기기 액세서리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부스도 20~30여곳 됐다.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가 보니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 AS센터가 몽땅 들어와 있다. AS센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기대와는 달리 짝퉁 스마트폰도, 짝퉁폰을 만드는 업체도 찾기 힘들다. 대신 스마트폰 시장 중심지로 부상한 중국 선전 지역의 저력만이 느껴질 뿐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