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쉼터, 동료를 남기고 떠난 영원한 말단행원 `조준희`

“조준희 행장님이 떠난다니 실감이 안나요. 일용직 직원까지 추석이면 남몰래 쌀을 보내주시고, 쉼터도 만들어주셨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분입니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의 이임식장, 뒤켠에서 눈물 흘리는 일용직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직접 가서 인사라도 하면 누가될까봐 먼 발치에서 조 행장과 함께한 세월을 `고마운 시간`으로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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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식장에 들어서는 조준희 전 행장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기업은행 말단 직원에서 행장까지 진정한 기업은행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그가 먼저 꺼낸 말도 역시 `동료`였다. “(격무에 시달리다)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난 동료가 있습니다. 그 분들은 제가 영원히 안고 가야할 마음의 빚입니다.”

그리고 조 행장은 직무 중 숨진 9명의 직원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같이 눈물을 훔치며 한참 동안 말을 중단한 조 행장이 호명을 이어갔다. “엄○○ 차장, 이○○ 차장, 조○○ 과장….” 거명을 마친 그는 “영원히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2010년 12월 취임 당시에도 운명을 달리 하거나 투병 중인 직원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했다.

실제로 그는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전무 때였던 2009년 10월에는 전 영업점에서 오후 7시가 되면 개인 컴퓨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했다.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부 회식이나 회의를 금지시켰고 퇴근 시간도 30분 당겼다.

조 행장은 위대한 은행을 만들어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참 좋은 은행`을 `위대한 은행`으로 도약시키는 꿈을 이곳에 남겨두고 떠난다”며 “위대한 은행이란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교육·문화·예술에도 이바지해 국민들 마음에서 신뢰받는 은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선주 신임 행장을 중심으로 위기에 더 강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목표 앞에 하나되는 기업은행 특유의 DNA로 1만3000여 임직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 강철 같은 단결력을 발휘해 반드시 기업은행을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어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물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는 마지막 자리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어제는 마지막으로 사무실의 짐을 정리했는데 해묵은 문서와 메모, 자료가 모두 기업은행과 관련된 것 뿐이었습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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