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지막 주가 찾아왔다. 송구영신(送舊迎新) 마음으로 한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그러나 해가 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리가 있다. 바로 송년회와 신년회 술자리다.
회사 동료, 친구들, 가족과 친척 등 모임마다 저녁자리를 챙기려니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몸도 많이 상하고 다음 날 숙취 때문에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새해를 보기도 전에 몸이 망가질까 우려도 된다. 지난 한 해의 무사함과 내년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지만, 그전에 물어야 할 터다. “당신의 간은 안녕하십니까.”
#간을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고 한다. 체내에 흡수된 영양분은 간에서 가공돼 필요한 물질로 바뀌는데, 해로운 성분은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한다. 즉 독소를 분해하는 것이다. 몸에 들어온 각종 약물이나 술(알코올), 독성 물질을 분해해 배설 가능한 물질로 만든다. 소변이나 담즙을 통해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스는 간은 손상을 대비해 예비 기능을 비축한다고 전한다.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반 이상 기능이 저하돼도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간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증거다.
간은 한번 손상되면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몸 속 간질환이 시작되고 있어도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과음 등을 계속하다 간경변증, 간암을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간질환 증상은 피로, 전신 쇠약, 식욕감퇴,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이 있다. 간 손상이 심할 경우, 복부팽만과 부종, 토혈과 혈변, 눈동자와 피부가 노랗게 뜨고, 소변색이 갈색으로 짙어지는 황달 증세를 겪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 한 차례 마시는 권장량을 성인 남성은 알코올 50g로 소주 반병이나 양주 3잔, 맥주 2병 정도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절반 정도가 적당 알코올 섭취량이다. 그러나 적당 알코올량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간을 보호하기 위해 음주 습관 자체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효소가 작용하기 전 술이 체내에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빨리 취하게 하고 위벽을 상하게 한다. 술을 마시기 전 식사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첫 잔을 한 번에 마시는 것(원샷)도 위험하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켜 호흡 중추나 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첫잔은 반드시 나눠 마시도록 하자.
술 한 잔에 물 두 잔을 마시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수분이 충분히 섭취되면 알코올을 분해하고 소변을 자주 보게 돼 알코올 체내 배출에 도움을 준다. 포만감을 줘서 절대 음주량을 줄일 수 있다.
우리 몸이 가장 잘 흡수하는 알코올 도수는 12~14도.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15도 안팎으로 마시면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돼 혈액 내 알코올 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빨리 취하게 되며 각종 간질환 등 위험이 높아진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면 산소 결핍현상을 초래해 신체조직과 세포 손상의 원인이 된다. 알코올은 니코틴 등 담배 유해 성분 흡수를 촉진 시킨다. 니코틴은 위산 분비와 알코올 속도를 빠르게 한다. 담배와 술은 몸을 망치는 습관에서는 `찰떡궁합`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음주 후 해장법이 있다. 따뜻한 북엇국을 먹거나 콩나물국으로 속을 푸는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잘못된 상식으로 해장해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사우나가 대표적이다. 사우나를 하면 내장으로 들어가는 혈액량이 줄어 간으로 가는 혈액도 줄어든다. 간에서 술을 분해하는 양도 적어져 술을 빨리 깰 수 없다. 과음한 후 사우나에 들어가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실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술을 마시면 말초 혈관이 확장돼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데 갑자기 잠들어 고체온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술을 마신 후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는 경우도 있는데, 위궤양을 일으키거나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한다. 링거액을 이용해 숙취 해소를 하는 사람도 있다. 링거액은 포도당과 수분, 전해질로 구성돼 숙취해소에 효과적이지만 음주 횟수나 양이 늘어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 링거에 의존하게 되면 스스로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져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음주로 지친 간을 보호하기 위해 즐겨 찾아야 할 음식도 있다. 보랏빛 채소인 레트비트에는 간을 보호하는 데 효과를 보이는 베타인 효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베타인은 우리 몸속의 독소를 수용성으로 만들어 해독한다. 간세포 재생을 촉진해 피로가 많이 쌓이거나 과음했을 때 손상된 간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엉 특유의 맛을 내는 이눌린 성분도 간의 독소를 제거하고 신장 기능을 돕는다. 당근에 들어 있는 다우카린은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